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4차 방북을 앞두고 연일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의 첫 관문으로 평가되는 북측의 ‘핵시설 신고’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머지않아 도약 희망"… '비핵화 협상' 진전 강하게 시사
폼페이오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그들(북한)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큰 도약(big step)을 만들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북) 관계는 매우 좋아 보인다”고 했다. 지난 13일 남북한이 평양에서 9월 중 정상회담을 열기로 발표한 직후인 14일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낙관론은 우리 정부에서도 뚜렷이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미·북 대화와 관련해 “전례 없는 속도감”이라고 표현했다. 정부 관계자는 “워싱턴과 서울의 대북 협상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며 “미·북과 남북 간 대화 채널 모두 일상처럼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미·북 비핵화 고위급회담의 의제는 핵시설 신고와 종전선언 간 ‘빅딜’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미군 유해 송환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로는 미국을 협상장으로 이끌 수 없다”며 “핵시설 신고가 비핵화 협상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적극적이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간사단은 17일 “중국이 최근 미국에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했다”며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과의 회담 내용을 밝혔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달리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다. 대북 제재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낮다. 미국도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평화협정, 미·북 수교 등 여러 개 ‘카드’가 남아 있는 셈이다.

미·북 양측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샅바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중국을 미·북 간 균열의 배후로 지목하는 등 중국의 영향력 차단에 나섰다. 북한은 이용호 외무상이 최근 이란을 방문한 데 이어 15일엔 최용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쿠바행에 나서는 등 미국을 견제하는 듯한 외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