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츠 차림과 민망한 자세에 관심 두는 사람들…인식 바꾸고 싶어"
어깨 부상 안고 인생 마지막 한계에 도전
[아시안게임] 여자레슬링 김형주의 외침 "편견을 깨겠다"
"레슬링 선수라고 하면, 프로레슬링을 하느냐고 물어봐요.

그다음엔 여자가 어떻게 레슬링을 하느냐고 물어보죠."
레슬링 여자 자유형 50㎏급 국가대표 김형주(34·제주도청)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깜짝 놀라는 사람이 부지기수고 '정말로' 레슬링을 하느냐고 되묻는 사람이 열에 아홉이란다.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단순히 생소한 직업군에 관한 호기심을 넘어 '어떻게 여자가 타이츠를 입고 매트 위를 뒹굴 수 있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김형주는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팀 훈련을 마치고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야 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이런 사연부터 이야기했다.

김형주는 "여성 인권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자 레슬링에 관한 시선은 불편하다"라며 "아시안게임 최초로 여자 레슬링 금메달을 획득해 편견을 지우고 싶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마지막 투혼을 불태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여자레슬링 김형주의 외침 "편견을 깨겠다"
한국 여자 레슬링의 역사는 길지 않다.

남자 레슬링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할 만큼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여자 레슬링은 1997년 7월에야 정식 대표팀이 꾸려졌다.

당시 씨름 등 다른 종목 선수들이 전향해 겨우겨우 대표팀이 구성됐다.

한국 여자 레슬링은 이후에도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레슬링이 워낙 훈련 강도가 센 데다 주변의 편견으로 인해 선수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국제대회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2006년 도하대회에서 김형주가 은메달을 따낸 게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김형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많은 분은 우리의 옷차림과 민망한 자세에 관심을 보이지만, 우리는 레슬링이라는 스포츠 자체에 매력을 느껴 이 종목을 시작한 것"이라며 "그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의 땀과 노력을 알릴 수 있도록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레슬링의 매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생사를 넘나든다는 사점(死點) 훈련을 마치고 느끼는 뿌듯함과 희열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많은 여성이 레슬링의 매력을 느끼고 주변 시선도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형주의 위대한 도전은 20일에 시작된다.

그는 여자 자유형 50㎏급 경기에서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만 34세인 김형주의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다.

김형주는 "마지막 힘까지 매트에 쏟아내 반드시 금메달 한을 풀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실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현재 김형주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그는 2개월 전 훈련 중 왼쪽 어깨 견갑하근을 다쳐 최근까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더군다나 김형주는 이미 한 차례 왼쪽 어깨 수술 전력이 있다.

의료진은 '무리할 경우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대회 출전을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도전"이라며 출전을 강행했다.

김형주는 "왼쪽 어깨가 딱 20일까지만 버텨줬으면 좋겠다.

내 마지막 도전을 웃으면서 마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