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쇼크, 미중 무역전쟁, 터키발 위기 등 안팎으로 불안
미룰수록 인상 어려워질 수도…9월 미 금리인상에 촉각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칼을 확 꺼내지도, 칼집에 도로 넣지도 못하고 고뇌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왔지만 그 이후로 악재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쌓이고 있다.

8월 금리인상 동력이 약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건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 한은의 선택을 까다롭게 한다.
금리인상 깜빡이 켰는데 사방이 지뢰밭…한은 진퇴양난
◇ 8월 금리인상 전망 힘 빠져…고용 쇼크에 대외 불안 겹쳐
1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달 31일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금리가 하락세다.

17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1.997%를 기록했다.

10개월 만에 1%대로 내려가며, 작년 10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금융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쇼크가 큰 부담이다.

7월 취업자 증가폭은 5천명에 그쳤다.
금리인상 깜빡이 켰는데 사방이 지뢰밭…한은 진퇴양난
자영업자 경영난이 심화하며 경제주체 심리가 상당히 위축됐다.

수출과 성장을 견인해온 반도체도 경기 고점 논란에 휩싸였다.

나라 밖에서는 미중 무역전쟁과 터키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위협한다.

정부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자칫하면 메가톤급 태풍으로 변해 한국 경제를 덮칠 위험이 크다.

이미 그 여파로 성장 눈높이가 자꾸 낮아진다.

한은과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췄고 해외 IB(투자은행) 중에서도 바클레이스와 씨티는 각각 2.9%에서 2.8%로, 골드만삭스는 2.7%로 내렸다.
금리인상 깜빡이 켰는데 사방이 지뢰밭…한은 진퇴양난
◇ 금리인상 시기 자꾸 늦춰져…한은, 실기했나
한은이 작년 11월 금리를 올린 이래 다음 인상이 거듭 늦춰지고 있다.

연초엔 물가 상승률이 워낙 낮았고 총재 교체시기가 맞물려 추진력이 약했다.

5월엔 낮은 물가상승률에 더해 미중 갈등과 신흥국 불안, 국내 경기 논란이 대두됐고 지방선거 등이 걸림돌이 됐다.

7월엔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왔지만 금통위원 간 견해차가 컸다.

일부는 무역전쟁과 고용부진 등을 들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8월을 지나면 10월엔 미 금리인상(9월)을 계기로 한은 금리인상 당위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미 금리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가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또, 10월에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경우 금리인상이 자연스럽지 않다.

11월엔 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2%)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분기엔 전기요금 인하 조치로 낮겠지만 4분기에 2%를 상회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내년 경기둔화 전망이 부각되면 금통위원들이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실기했다는 평가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2월이나 4월에 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금리인상 깜빡이 켰는데 사방이 지뢰밭…한은 진퇴양난
◇한은, 올렸다가 경기 꺾일까…안올리면 '양치기 소년'될까
금리인상 필요성에는 금통위원 상당수가 동의한다.

저금리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경제 '뇌관'으로 자리잡은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여전히 빠르다.

경기 사이클 하강에 대비해 금리 수준을 높여둘 필요도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악' 소리가 나는 상황에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가 식을까봐 조심스러워한다.

한은엔 10년 전 금리인상 직후 금융위기가 온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인상 깜빡이를 켠 상태에서 동결 직진만 하자니 신뢰에 손상이 갈까 우려도 크다.

총재 임기 초반부터 한은의 말발이 약해지면 앞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작년처럼 금리인상 여건이 무르익긴 어렵다 보니 한은 간부들 사이에서도 8월에 할지, 더 기다리는 게 좋을지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김소영 교수는 "9월 미 금리인상 전에 미리 해두는 것도 좋다"며 "신흥국 불안이 터키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도 금리를 올려서 조금이라도 대비를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경제 어려움은 경기 탓이라기보다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지만 아직 감당할 수 있으며, 경기가 안 좋은데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경제에 부담이 된다"며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정책 당국으로선 지금이라도 너무 늦지 않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볼 것"이라며 "그러나 내수 활력이 약해지는 나라에선 금리를 올리면 충격이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