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社 영업기밀 노출 우려… "무기 다 내놓은채 싸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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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社 회계처리 지침 논란
금감원 사업보고서 지침 '파장'
구체적인 계약 내용 모두 공개
기술수출·해외 파트너십 악영향
금감원 사업보고서 지침 '파장'
구체적인 계약 내용 모두 공개
기술수출·해외 파트너십 악영향
종근당은 지난 4월 빈혈 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를 일본에 기술수출했다. 계약을 맺은 회사와 계약금은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CJ헬스케어도 올초 종근당과 같은 네스프 바이오시밀러를 중국에 기술수출하면서 계약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계약 조건이 알려지면 연구개발 진행 단계와 성공 확률, 시장성 등 중요한 정보를 경쟁사에 제공할 수 있어서다. 어느 한쪽이 비공개 정보를 유출하면 양사 간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기술수출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사업보고서에 기술수출 계약 규모와 조건을 세부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금감원이 지난 16일 공개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업보고서 모범사례를 보면 앞으로 기업들은 기술이전, 기술제휴, 판매 등 각종 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계약 건별로 계약 조건과 수취금액, 회계처리 방법, 개발 진행 경과도 담아야 한다. 이는 계약 조건에 회사별 개발 노하우와 기밀이 담긴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술수출 계약은 초기 수령하는 계약금과 개발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성공 보수로 받는 기술료인 마일스톤, 제품 출시 후 판매에 따른 로열티로 나뉜다. 이를 모두 더한 게 총계약 규모다. 계약 체결 시 세부 금액의 공개 여부는 제각각이다. 계약 해지 시 반환해야 하는 금액도 조건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비중이 크면 후보물질 및 기술을 높이 평가받는다는 의미다. 계약금이 적고 마일스톤이 크다면 임상 과정에서 실패 확률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금력이 충분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경쟁 약물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다른 회사의 후보물질을 사온 뒤 사장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전략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내밀한 계약 조건은 비공개로 할 때가 많다. 금감원의 가이드라인대로 세부 내역을 공개하면 해외 기업들과 기술제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술수출, 도입 계약을 추진하는 데도 제약이 생길지 모른다.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조직 구성과 핵심 인력을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라는 내용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력이 유출될 뿐만 아니라 경쟁사에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인력 이동이 잦은 업계 특성상 몸값 부풀리기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연구개발비 사용 현황도 원재료비, 인건비, 위탁용역비 등으로 구분해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신약 종류가 적어 원가가 노출되는 등 영업에 현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면 그 사실을 적시하고 간략하게 기재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으로 회사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핵심 파이프라인을 숨기고 몰래 개발하는 상황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와 개발 비용을 공개하라는 것은 무기를 다 내놓은 채 싸우라는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영업 기밀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라는 정부의 지침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금감원이 지난 16일 공개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업보고서 모범사례를 보면 앞으로 기업들은 기술이전, 기술제휴, 판매 등 각종 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계약 건별로 계약 조건과 수취금액, 회계처리 방법, 개발 진행 경과도 담아야 한다. 이는 계약 조건에 회사별 개발 노하우와 기밀이 담긴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술수출 계약은 초기 수령하는 계약금과 개발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성공 보수로 받는 기술료인 마일스톤, 제품 출시 후 판매에 따른 로열티로 나뉜다. 이를 모두 더한 게 총계약 규모다. 계약 체결 시 세부 금액의 공개 여부는 제각각이다. 계약 해지 시 반환해야 하는 금액도 조건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비중이 크면 후보물질 및 기술을 높이 평가받는다는 의미다. 계약금이 적고 마일스톤이 크다면 임상 과정에서 실패 확률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금력이 충분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경쟁 약물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다른 회사의 후보물질을 사온 뒤 사장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전략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내밀한 계약 조건은 비공개로 할 때가 많다. 금감원의 가이드라인대로 세부 내역을 공개하면 해외 기업들과 기술제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술수출, 도입 계약을 추진하는 데도 제약이 생길지 모른다.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조직 구성과 핵심 인력을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라는 내용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력이 유출될 뿐만 아니라 경쟁사에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인력 이동이 잦은 업계 특성상 몸값 부풀리기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연구개발비 사용 현황도 원재료비, 인건비, 위탁용역비 등으로 구분해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신약 종류가 적어 원가가 노출되는 등 영업에 현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면 그 사실을 적시하고 간략하게 기재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으로 회사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핵심 파이프라인을 숨기고 몰래 개발하는 상황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와 개발 비용을 공개하라는 것은 무기를 다 내놓은 채 싸우라는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영업 기밀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라는 정부의 지침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