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차 세계대전 모병 
포스터의 ‘엉클 샘’
제 1·2차 세계대전 모병 포스터의 ‘엉클 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오랜 동맹국까지 힘으로 제압하는 일방주의 정책 탓에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말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퇴조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팍스 아메리카나는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엉클 샘’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지돼 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는 1·2차 세계대전이 끝난 20세기 중반부터 70여 년간 지속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실질적인 최강대국 자리에 오른 미국은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규정한 ‘브레턴우즈 체제’와 국제무역 확대를 위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을 출범시키면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열었다.

1947년 체결된 GATT는 자유무역시대를 열었다. 세계대전 피해를 거의 받지 않은 미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수출 호황을 누렸다. 1960년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의 40%에 달할 만큼 확고한 경제력 우위를 차지했다. 금본위 고정환율제인 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확고히 하는 배경이 됐다.

그럼에도 미국의 세계 패권은 줄곧 도전받았다. 냉전 시절 옛 소련이 미국의 군사 패권을 견제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과 서유럽 각국의 산업이 부활하면서 1971년엔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그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더 이상 달러와 금을 맞바꿀 수 없다’며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고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졌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다시 강화된 것은 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이다. 그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는 공약으로 미국 중산층 백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며 군비 경쟁을 촉발했다. 국방비는 1981년 3396억달러에서 1987년 4520억달러까지 늘었다. 경제난을 겪고 있던 소련은 미국에 대응하느라 붕괴 상황으로 내몰렸다. 한때 경제적으로 미국에 도전했던 일본은 엔화가치를 급격히 끌어올린 1985년 플라자합의를 계기로 ‘잃어버린 20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부상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또 다른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유무역체제에 편입한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앞세워 정치·군사적 영향력까지 키우며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패권 도전을 확실히 뿌리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들고 나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