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럽行 항공편 툭하면 지연… 알고보니 중국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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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 '韓·中 항로'
한국서 해외로 가는 항공기
10대 중 7대 中 영공 지나
2013년 11만→2015년 15만대
일상이 된 '출발 지연'
올 1시간 이상 지연 1024편
환승 비행기 놓쳐도 보상 안돼
韓·中, 12월 항로 하나 더 개설
中, 예고없이 '연기 통보'
유럽보다 운항날씨 엄격 판단
약간이라도 안 좋으면 '불허'
군사훈련으로 잦은 통제도
한국서 해외로 가는 항공기
10대 중 7대 中 영공 지나
2013년 11만→2015년 15만대
일상이 된 '출발 지연'
올 1시간 이상 지연 1024편
환승 비행기 놓쳐도 보상 안돼
韓·中, 12월 항로 하나 더 개설
中, 예고없이 '연기 통보'
유럽보다 운항날씨 엄격 판단
약간이라도 안 좋으면 '불허'
군사훈련으로 잦은 통제도
지난 15일 오후 2시15분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이탈리아 로마로 향할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KE931편은 5시48분에야 활주로를 빠져나갔다. 탑승객 368명은 기내에서 3시간33분 동안 출발을 기다려야 했다. 목적지인 이탈리아로 가려면 중국 영공을 지나야 하는데 벼락이 치는 등 현지 기상이 나빠지자 중국 항공당국이 영공 통과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유럽 여행을 위해 이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김모씨(45)는 “로마 공항에 도착해 환승하려던 비행편을 놓치는 등 여행 일정이 꼬였지만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항공사 측은 기체결함 등 항공사의 잘못이 아니라 천재지변에 따른 지연이어서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중국·유럽으로 가는 항공편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승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유럽으로 가는 하늘길인 ‘한·중 항로’가 급증한 항공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국이 운항 승인을 까다롭게 내리고 있어서다. ‘한·중 항로’ 시간당 7~8대 수용 가능
1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인천에서 중국·유럽으로 향하는 항공편 가운데 1024편이 예정된 출발 시각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졌다. 하루 4~5편꼴로, 올해 전체로는 지연 항공편이 2000여 편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천발 중국·유럽행 항공편 지연 사례는 2015년 899편에서 2016년 1344편, 지난해 2202편으로 늘어났다.
항공업계에선 ‘수요(항공편)를 감당하지 못하는 공급(항로)’을 지연 출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인천공항을 이륙해 중국 북부와 몽골, 중동, 러시아, 유럽으로 가는 항공기들은 대부분 베이징 상공을 지나는 한·중 항로를 이용한다. 2013년 이곳을 지난 항공기는 11만5000대였지만 2015년 이후 매년 14만~15만 대로 20% 이상 늘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한·중 항로 항공기 수용량은 시간당 평균 7~8대에 불과하다”며 “중국발 비행기는 물론 일본에서 출발한 비행기까지 이 항로에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제시간에 출발한 항공편 비중을 나타내는 정시율은 유럽행이 83.66%로 일본(95.07%), 중남미(93.14%)행 등에 비해 낮았다. 일본 항공사들은 정시율을 높이기 위해 막히는 중국 영공 대신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항로를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유럽행 항공편의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국토교통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는 중국과 함께 항로를 복선(複線)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오는 12월 항로를 하나 더 마련해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와 한국에 도착하는 항공기를 분리해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구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로를 복선화하면 중국 내륙에서 베이징 구간까지는 분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베이징에서 인천을 잇는 항로는 거리도 짧고, 운항 고도를 나누기도 쉽지 않아 수용량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툭하면 이륙 통제하는 중국
인천을 떠나 해외로 가는 비행기 10대 중 7대는 중국 항공 관제소의 지시를 받는 중국 영공을 지난다. 하지만 중국 측이 예고 없이 출발 연기를 통보하는 일이 갈수록 늘고 있어 항공사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중국 항공당국이 갑자기 운항을 허가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기상 악화와 군사훈련이 꼽힌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 유럽보다 깐깐하게 운항 가능한 날씨를 선별하고 있다. 한국 항공당국은 구름 농도가 50% 이하면 이착륙 허가를 내주지만 중국은 20% 이하일 때만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도 항공편 지연 원인 중 하나다. 중국은 군부가 자국 영공의 4분의 3가량을 직접 통제하는데, 공군이 비행 중일 때는 민항기 이착륙을 금지한다. 민간 여객기는 군의 허가가 날 때까지 활주로나 하늘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국내 대형항공사 운항담당 임원은 “중국 영공에서는 군부의 통제가 절대적”이라며 “겉으로는 기상 악화를 여행기 운항 금지 사유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전투기 기동 훈련 때문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남북 화해 분위기와 맞물려 북한 영공을 지나는 하늘길이 중국·유럽행 노선의 지연을 완화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항공사들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 때문에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북한 영공을 통과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연간 180억원가량인 영공통행료 수입을 노리고 영공 개방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용/김보형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한국에서 중국·유럽으로 가는 항공편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승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유럽으로 가는 하늘길인 ‘한·중 항로’가 급증한 항공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국이 운항 승인을 까다롭게 내리고 있어서다. ‘한·중 항로’ 시간당 7~8대 수용 가능
1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인천에서 중국·유럽으로 향하는 항공편 가운데 1024편이 예정된 출발 시각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졌다. 하루 4~5편꼴로, 올해 전체로는 지연 항공편이 2000여 편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천발 중국·유럽행 항공편 지연 사례는 2015년 899편에서 2016년 1344편, 지난해 2202편으로 늘어났다.
항공업계에선 ‘수요(항공편)를 감당하지 못하는 공급(항로)’을 지연 출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인천공항을 이륙해 중국 북부와 몽골, 중동, 러시아, 유럽으로 가는 항공기들은 대부분 베이징 상공을 지나는 한·중 항로를 이용한다. 2013년 이곳을 지난 항공기는 11만5000대였지만 2015년 이후 매년 14만~15만 대로 20% 이상 늘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한·중 항로 항공기 수용량은 시간당 평균 7~8대에 불과하다”며 “중국발 비행기는 물론 일본에서 출발한 비행기까지 이 항로에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제시간에 출발한 항공편 비중을 나타내는 정시율은 유럽행이 83.66%로 일본(95.07%), 중남미(93.14%)행 등에 비해 낮았다. 일본 항공사들은 정시율을 높이기 위해 막히는 중국 영공 대신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항로를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유럽행 항공편의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국토교통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는 중국과 함께 항로를 복선(複線)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오는 12월 항로를 하나 더 마련해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와 한국에 도착하는 항공기를 분리해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구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로를 복선화하면 중국 내륙에서 베이징 구간까지는 분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베이징에서 인천을 잇는 항로는 거리도 짧고, 운항 고도를 나누기도 쉽지 않아 수용량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툭하면 이륙 통제하는 중국
인천을 떠나 해외로 가는 비행기 10대 중 7대는 중국 항공 관제소의 지시를 받는 중국 영공을 지난다. 하지만 중국 측이 예고 없이 출발 연기를 통보하는 일이 갈수록 늘고 있어 항공사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중국 항공당국이 갑자기 운항을 허가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기상 악화와 군사훈련이 꼽힌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 유럽보다 깐깐하게 운항 가능한 날씨를 선별하고 있다. 한국 항공당국은 구름 농도가 50% 이하면 이착륙 허가를 내주지만 중국은 20% 이하일 때만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도 항공편 지연 원인 중 하나다. 중국은 군부가 자국 영공의 4분의 3가량을 직접 통제하는데, 공군이 비행 중일 때는 민항기 이착륙을 금지한다. 민간 여객기는 군의 허가가 날 때까지 활주로나 하늘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국내 대형항공사 운항담당 임원은 “중국 영공에서는 군부의 통제가 절대적”이라며 “겉으로는 기상 악화를 여행기 운항 금지 사유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전투기 기동 훈련 때문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남북 화해 분위기와 맞물려 북한 영공을 지나는 하늘길이 중국·유럽행 노선의 지연을 완화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항공사들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 때문에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북한 영공을 통과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연간 180억원가량인 영공통행료 수입을 노리고 영공 개방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용/김보형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