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흔드는 '트럼프 파워'… 셰일 혁명·달러패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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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팍스 아메리카나
에너지·달러 앞세운 미국
美 발목잡던 에너지 수급
셰일 혁명으로 판 뒤집어
산유국 제재 때 눈치 안 봐
내년엔 원유생산 세계 1위
10년 간 대규모 양적완화로
각국 달러 의존도 더 높아져
동맹국들마저 '쥐락펴락'
에너지·달러 앞세운 미국
美 발목잡던 에너지 수급
셰일 혁명으로 판 뒤집어
산유국 제재 때 눈치 안 봐
내년엔 원유생산 세계 1위
10년 간 대규모 양적완화로
각국 달러 의존도 더 높아져
동맹국들마저 '쥐락펴락'
“미국의 적국이 더 이상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할 수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멋지지 않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5월 대선 캠페인 당시 노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내가 대통령 임기를 마칠 때면 미국의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성취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슈퍼파워의 원천은 군사력과 달러화였다.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셰일오일까지 갖췄다. 내년이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는 미국은 에너지 수급 압박에서 벗어났다.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을 제재할 때도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신(新) 팍스 아메리카나’ 세계질서가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백인 노동자 지지받는 ‘美우선주의’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 각국에 안전보장과 함께 달러를 공급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시켰다. 미국과 세계 이익이 함께 커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를 받겠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공격하고 무역적자를 이유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 이익을 위해 기존 규칙과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펴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바탕엔 세계화, 이민 등에 지친 백인들의 누적된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 거센 세계화의 역풍으로 자동차와 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백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이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무역으로 15만6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존 하우드 CNBC 편집인은 칼럼에서 “직업을 잃은 블루칼라 노동자와 급증한 이민에 문화 충격을 받은 이들이 세계 질서를 뒤집으려는 포퓰리스트들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호랑이에 날개 달아준 ‘셰일혁명’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업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화, 자유무역 등 기존 질서를 뒤집고 있다. 미국인들은 1970년대 석유파동 때 유가가 네 배 급등하자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에너지 독립’ 선언을 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원유 수입량은 1973년 전체 소비량의 35%에서 2005년 60%로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셰일오일·가스 발견은 이를 완전히 바꿔 놨다. 지난해 석유 수입량은 소비량의 19%로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에너지 독립에 박차를 가했다. 멕시코만 연안의 석유 시추를 위해 국유지를 경매에 부쳤고 40년 만에 처음으로 북극 인근의 국립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도 시추를 허용했다. 지난달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110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쳤다. 내년이면 러시아를 넘어 세계 1위 산유국이 될 전망이다.
에너지 독립이 가능해지자 이익이 없는 무역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일리노이주 연설에서 “지난 몇 년간 무역에서 연간 8170억달러씩 손해를 봤다”며 “무역을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혁명은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을 마음대로 제재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메건 오설리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셰일혁명으로 산유국인 러시아는 약화됐지만 미국은 더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유가 상승기에도 산유국인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동시에 공격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러 앞세워 동맹도 쥐락펴락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과 경제 제재를 통해 세계 각국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리처드 네퓨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그동안 관세는 불공정 무역을 막는 수단으로, 제재는 외교문제 해결을 위해 따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제재 수단으로 관세를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힘이 먹히는 건 강력한 ‘달러 패권’ 덕분이다. 미 달러화는 세계 에너지 거래의 결제 통화며 각국 중앙은행 준비금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게다가 지난 10년간의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가 더 많이 풀렸고 세계 각국의 의존도는 높아졌다. 각국의 달러 거래액은 평균 미국산 수입액의 다섯 배에 달한다. 달러화의 최종 결제는 미 정부가 통제한다. 이를 막으면 원유를 포함해 무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은 군사력만큼이나 달러를 사용해 동맹국과 적국을 강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5월 대선 캠페인 당시 노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내가 대통령 임기를 마칠 때면 미국의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성취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슈퍼파워의 원천은 군사력과 달러화였다.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셰일오일까지 갖췄다. 내년이면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는 미국은 에너지 수급 압박에서 벗어났다.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을 제재할 때도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신(新) 팍스 아메리카나’ 세계질서가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백인 노동자 지지받는 ‘美우선주의’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 각국에 안전보장과 함께 달러를 공급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시켰다. 미국과 세계 이익이 함께 커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를 받겠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공격하고 무역적자를 이유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 이익을 위해 기존 규칙과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펴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바탕엔 세계화, 이민 등에 지친 백인들의 누적된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 거센 세계화의 역풍으로 자동차와 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백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이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무역으로 15만6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존 하우드 CNBC 편집인은 칼럼에서 “직업을 잃은 블루칼라 노동자와 급증한 이민에 문화 충격을 받은 이들이 세계 질서를 뒤집으려는 포퓰리스트들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호랑이에 날개 달아준 ‘셰일혁명’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업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화, 자유무역 등 기존 질서를 뒤집고 있다. 미국인들은 1970년대 석유파동 때 유가가 네 배 급등하자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에너지 독립’ 선언을 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원유 수입량은 1973년 전체 소비량의 35%에서 2005년 60%로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셰일오일·가스 발견은 이를 완전히 바꿔 놨다. 지난해 석유 수입량은 소비량의 19%로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에너지 독립에 박차를 가했다. 멕시코만 연안의 석유 시추를 위해 국유지를 경매에 부쳤고 40년 만에 처음으로 북극 인근의 국립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도 시추를 허용했다. 지난달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110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쳤다. 내년이면 러시아를 넘어 세계 1위 산유국이 될 전망이다.
에너지 독립이 가능해지자 이익이 없는 무역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일리노이주 연설에서 “지난 몇 년간 무역에서 연간 8170억달러씩 손해를 봤다”며 “무역을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혁명은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을 마음대로 제재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메건 오설리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셰일혁명으로 산유국인 러시아는 약화됐지만 미국은 더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유가 상승기에도 산유국인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동시에 공격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러 앞세워 동맹도 쥐락펴락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과 경제 제재를 통해 세계 각국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리처드 네퓨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그동안 관세는 불공정 무역을 막는 수단으로, 제재는 외교문제 해결을 위해 따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제재 수단으로 관세를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힘이 먹히는 건 강력한 ‘달러 패권’ 덕분이다. 미 달러화는 세계 에너지 거래의 결제 통화며 각국 중앙은행 준비금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게다가 지난 10년간의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가 더 많이 풀렸고 세계 각국의 의존도는 높아졌다. 각국의 달러 거래액은 평균 미국산 수입액의 다섯 배에 달한다. 달러화의 최종 결제는 미 정부가 통제한다. 이를 막으면 원유를 포함해 무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은 군사력만큼이나 달러를 사용해 동맹국과 적국을 강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