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상징후] ⑤ '더워 죽겠다' 소리가 절로… 생활풍경 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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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폭염에 호텔·백화점 피서객 '북적'…선선했던 강원도 에어컨 불티
점심시간 직장인들 구내식당 애용 식당가는 한산, 관공서 지하주차장은 만석 "더워 죽겠다."
올여름 국민이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을 꼽으라면 이 문장이 반드시 수위권에 들어갈 듯하다.
오죽 더웠으면 문장 앞이나 뒤에 욕설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여름 동안 주야장천 입에 오르내린 말이다.
한반도 전역을 표시한 지도를 빨갛게 물들인 폭염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이 말은 더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지독했던 폭염은 직장 생활과 피서 등 일상까지 바꿔놓았다.
◇ "해수욕장 안 가"…호텔·백화점 피서지로 주목
부산 연제구에 사는 주부 최모(42·여)씨는 올여름 가족과 단 한 번도 해수욕장에 가지 않았다.
여름 휴가철이면 서울과 대구에 사는 친척 등이 찾아와 최소 한번은 해수욕장을 찾았지만, 올해는 넘실대는 파도의 유혹을 뿌리쳤다.
최씨는 "바닷물에 들어가면 시원하겠지만 딱 그때뿐"이라며 "냉방이 잘 되는 실내에서 휴가와 주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아예 '호캉스'(호텔+바캉스)족 잡기에 나섰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해운대 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며 식사와 음료, 사우나, 비어 가든까지 모두 즐기는 상품을 내놔 인기를 끌었다.
해수욕장 주변 다른 호텔도 객실 이용을 하지 않더라도 호텔 내 부대시설을 즐길 수 있는 묶음 상품을 올여름 앞다퉈 선보였다. 백화점과 서점 등 쇼핑·문화시설도 올여름 주목받는 피서지로 떠올랐다.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와 대구 신세계백화점 대형서점은 폭염 동안 폐점시간까지 책 읽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서점과 어린이 놀이시설은 주 중에도 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밖이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찾는 피서객이 늘면서 전체 매출도 덩달아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에 따르면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전년보다 매출이 7.6%나 늘었다.
백화점은 고객이 가장 많은 드나드는 매출 피크 시간대를 기존에는 오후 2∼6시로 집계했으나, 올해는 오후 1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무더위를 피해 실내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식당가 매출도 13.6%나 늘었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 강원도 '지글지글'…에어컨 판매 불티
한반도를 뒤덮은 최악 폭염은 이른바 '에어컨 없어도 살 만했던 도시' 강원 태백마저도 뜨겁게 달궜다.
평균 해발 650m의 고원(高原)에 자리 잡은 태백은 여름철 낮 최고기온 평년값이 25도에 머물 정도로 선선한 기후를 자랑했던 도시다.
그 덕분에 태백은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연탄불 등 화로를 사용하는 음식점 중 에어컨 없이 여름 장사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선풍기로 여름을 났던 태백 시민들도 연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우는 폭염의 맹위를 견디지 못하고 에어컨을 사기 위해 가전제품 판매점으로 향했다.
태백지역 한 가전대리점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는 하루 평균 20대 정도 팔린다"며 "인구 5만 명 안팎의 태백시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히 많이 팔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마저 지글지글 끓게 한 폭염은 색다른 피서지를 만들기도 했다.
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대관령은 도심 속 무더위를 뿌리치려는 시민들의 야간 피서지로 인기를 끌었다.
해발 832m에 있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 광장은 평지보다 기온이 5∼10도가량 낮은 덕에 이색 피서지로 주목받았다.
캠핑 차량과 텐트가 들어선 휴게소를 찾은 피서객들은 강원도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보며 여름밤을 만끽했다.
휴게소와 인접한 강릉시민 일부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출근하기도 했다.
반면 강원도와 멀찍이 떨어진 전남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올여름 41만 명이 찾아 지난해 56만 명보다 피서객이 크게 줄었다.
해수욕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맨발로 모래사장을 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더운 날이 많아 방문객이 줄었다"며 "전국 해수욕장 사정이 다들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소중한 내 차는 지하주차장에…밥은 시원한 구내식당에서
전북지방경찰청 지하주차장은 오전 8시만 되면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차들이 빼곡히 들어찬다.
직원이 모두 출근하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지상 주차장이 가득 차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경찰들은 "낮에 너무 더워서 지하에 주차하지 않으면 차를 탈 수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한 경찰관은 "외근을 자주 나가기 때문에 낮에도 차를 쓸 일이 많은데 지상에 주차하면 금세 찜통이 된다"며 "조금 일찍 출근하더라도 지하에 차를 세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산 한 구청 지상 주차장(26면)도 공무원과 민원인 차량으로 붐비던 예년과는 달리 외면당하고 있다.
차량을 시원한 곳에 두려는 운전자들이 구청 지하 1·2층 주차장(339면)의 빈 곳부터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건물 현관과 가까운 지상 주차장은 텅텅 비는데, 지하주차장은 이중주차가 일상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 탓에 점심도 회사건물을 벗어나지 않고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요식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도 수원 한 보양 음식점은 전년보다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만 해도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북적거렸지만, 올해는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음식점 주인의 이야기다.
음식점 주인은 "여름 휴가철이면 식당 매출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며 "직장인이나 공무원이 점심시간에 밖에 나오지 않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게 다반사다 보니 불경기도 이런 불경기가 없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점심시간 직장인들 구내식당 애용 식당가는 한산, 관공서 지하주차장은 만석 "더워 죽겠다."
올여름 국민이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을 꼽으라면 이 문장이 반드시 수위권에 들어갈 듯하다.
오죽 더웠으면 문장 앞이나 뒤에 욕설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여름 동안 주야장천 입에 오르내린 말이다.
한반도 전역을 표시한 지도를 빨갛게 물들인 폭염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이 말은 더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지독했던 폭염은 직장 생활과 피서 등 일상까지 바꿔놓았다.
◇ "해수욕장 안 가"…호텔·백화점 피서지로 주목
부산 연제구에 사는 주부 최모(42·여)씨는 올여름 가족과 단 한 번도 해수욕장에 가지 않았다.
여름 휴가철이면 서울과 대구에 사는 친척 등이 찾아와 최소 한번은 해수욕장을 찾았지만, 올해는 넘실대는 파도의 유혹을 뿌리쳤다.
최씨는 "바닷물에 들어가면 시원하겠지만 딱 그때뿐"이라며 "냉방이 잘 되는 실내에서 휴가와 주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아예 '호캉스'(호텔+바캉스)족 잡기에 나섰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해운대 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며 식사와 음료, 사우나, 비어 가든까지 모두 즐기는 상품을 내놔 인기를 끌었다.
해수욕장 주변 다른 호텔도 객실 이용을 하지 않더라도 호텔 내 부대시설을 즐길 수 있는 묶음 상품을 올여름 앞다퉈 선보였다. 백화점과 서점 등 쇼핑·문화시설도 올여름 주목받는 피서지로 떠올랐다.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와 대구 신세계백화점 대형서점은 폭염 동안 폐점시간까지 책 읽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서점과 어린이 놀이시설은 주 중에도 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밖이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찾는 피서객이 늘면서 전체 매출도 덩달아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에 따르면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전년보다 매출이 7.6%나 늘었다.
백화점은 고객이 가장 많은 드나드는 매출 피크 시간대를 기존에는 오후 2∼6시로 집계했으나, 올해는 오후 1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무더위를 피해 실내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식당가 매출도 13.6%나 늘었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 강원도 '지글지글'…에어컨 판매 불티
한반도를 뒤덮은 최악 폭염은 이른바 '에어컨 없어도 살 만했던 도시' 강원 태백마저도 뜨겁게 달궜다.
평균 해발 650m의 고원(高原)에 자리 잡은 태백은 여름철 낮 최고기온 평년값이 25도에 머물 정도로 선선한 기후를 자랑했던 도시다.
그 덕분에 태백은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연탄불 등 화로를 사용하는 음식점 중 에어컨 없이 여름 장사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선풍기로 여름을 났던 태백 시민들도 연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우는 폭염의 맹위를 견디지 못하고 에어컨을 사기 위해 가전제품 판매점으로 향했다.
태백지역 한 가전대리점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는 하루 평균 20대 정도 팔린다"며 "인구 5만 명 안팎의 태백시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히 많이 팔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마저 지글지글 끓게 한 폭염은 색다른 피서지를 만들기도 했다.
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대관령은 도심 속 무더위를 뿌리치려는 시민들의 야간 피서지로 인기를 끌었다.
해발 832m에 있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 광장은 평지보다 기온이 5∼10도가량 낮은 덕에 이색 피서지로 주목받았다.
캠핑 차량과 텐트가 들어선 휴게소를 찾은 피서객들은 강원도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보며 여름밤을 만끽했다.
휴게소와 인접한 강릉시민 일부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출근하기도 했다.
반면 강원도와 멀찍이 떨어진 전남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올여름 41만 명이 찾아 지난해 56만 명보다 피서객이 크게 줄었다.
해수욕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맨발로 모래사장을 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더운 날이 많아 방문객이 줄었다"며 "전국 해수욕장 사정이 다들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소중한 내 차는 지하주차장에…밥은 시원한 구내식당에서
전북지방경찰청 지하주차장은 오전 8시만 되면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차들이 빼곡히 들어찬다.
직원이 모두 출근하는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지상 주차장이 가득 차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경찰들은 "낮에 너무 더워서 지하에 주차하지 않으면 차를 탈 수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한 경찰관은 "외근을 자주 나가기 때문에 낮에도 차를 쓸 일이 많은데 지상에 주차하면 금세 찜통이 된다"며 "조금 일찍 출근하더라도 지하에 차를 세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부산 한 구청 지상 주차장(26면)도 공무원과 민원인 차량으로 붐비던 예년과는 달리 외면당하고 있다.
차량을 시원한 곳에 두려는 운전자들이 구청 지하 1·2층 주차장(339면)의 빈 곳부터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건물 현관과 가까운 지상 주차장은 텅텅 비는데, 지하주차장은 이중주차가 일상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 탓에 점심도 회사건물을 벗어나지 않고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요식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도 수원 한 보양 음식점은 전년보다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만 해도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북적거렸지만, 올해는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음식점 주인의 이야기다.
음식점 주인은 "여름 휴가철이면 식당 매출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며 "직장인이나 공무원이 점심시간에 밖에 나오지 않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게 다반사다 보니 불경기도 이런 불경기가 없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