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표로 정·재계 '소통창구' 자임…정치권에 규제개혁 '압박'
남북경협 민관협의체 구성 제안…조선상의와 교류 추진 '주목'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오는 21일로 취임 5년을 맞는다.

박 회장은 2013년 8월 21일 전임 손경식 회장의 후임으로 취임해 잔여 임기를 수행했고, 2015년 3월 25일 만장일치로 제22대 회장에 추대 선출된 데 이어 올 3월 제23대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2016년 3월 두산그룹 회장직에서 내려온 뒤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동시에 전국 18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경제단체 맏형'인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여권과 껄끄러운 관계를 보이는 가운데 대한상의가 '재계 대표'로 떠오르면서 박 회장의 보폭은 눈에 띄게 넓어졌다.

실제로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 사실상 대표 자격으로 매번 참여한 것은 물론 정부와 청와대, 여야 고위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나 경제정책을 논의하면서 정·재계의 소통창구 역할을 자임했다.

박 회장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규제 혁파다.

취임 후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해서 정부에 제출한 게 20여차례, 각종 발표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규제개혁을 촉구한 게 10여차례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와 올해 집중됐다.

지난달 열린 '제43회 제주포럼'에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렇게 절박하게 얘기하고 다녔는데 효과가 없었던 데 대해 정말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정치권에 규제개혁을 거듭 압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경제적 편중'과 '이념적 대립'을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론도 잇따라 설파하고 있다.

재계 총수 출신이면서도 "상공인들이 사회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특정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국가·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업 역할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최근 남북 화해 무드 조성으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남북경협의 '레일'을 까는 데에도 앞장서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남북경협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자제를 당부하면서, 동시에 '질서 있고 차분한' 경협 추진을 위해 남북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지난 3월에는 '남북관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콘퍼런스를 개최하면서 재계 차원에서 논의의 물꼬를 튼 데 이어 지난 5월 산하에 민간 싱크탱크인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를 출범시키면서 남북 경협 문제를 연구과제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특히 대한상의는 국제상업회의소(ICC)를 매개로 북한 조선상업회의소와 교류를 재개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출신답지 않게 평소 소탈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박 회장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에도 열심이다.

지난 1월 말에는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 사진을 직접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려 '특종'을 했고, 4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 간 만찬에 참석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취임 5년' 박용만, 규제혁파 전도사에서 남북경협 선봉장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