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정치관여' 첫 재판…임관빈·김태효 "알지 못하는 일" 혐의 부인
김관진 "군 사이버사 댓글, 어떻게 만들어졌다 보고 안 받아"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69) 전 국방부 장관이 "댓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다고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20일 군형법상 정치관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임관빈(65) 전 국방부 정책실장, 김태효(51)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첫 공판을 열었다.

김 전 장관은 임 전 실장, 김 전 기획관과 공모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군 사이버사 부대원들이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정치 댓글을 온라인상에 8천800여회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대남 사이버심리전이 격화돼 이에 대응하고자 장관 부임 전인 2004년부터 댓글을 작성해온 것"이라며 "다만 제게 보고된 것은 대응 작전을 이렇게 한다는 개념과 방향성 위주의 상황 보고였고, 댓글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는 건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3년∼2014년 군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을 수사하던 국방부 직속 조사본부에 수사를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라고 지시했지, 이렇게 (수사)하라는 것은 조사본부장 권한 내에서 책임지고 한 일"이라고 말했다.

임관빈 전 실장도 "사이버사 심리전을 조정·통제하는 라인에 기본적으로 있질 않았다.

김 전 장관이 그런 임무를 준 바가 없고, 인수인계를 받은 바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사이버사 요원들이 (제가) 조정·통제했단 얘기를 하는데,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임 전 실장이 대응 작전 보고서를 받아봤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장병들이 북한 사이버심리전으로부터 오염되지 않도록 대응 교육을 할 임무가 있어 이를 위해 북한 심리전 동향 관련 자료를 받아봤다"며 "거기에 사이버사 대응 작전 결과가 함께 와서 보일 때도 있고 안 보일 때도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김태효 전 기획관은 "그동안 세상에 잘못 알려지거나 부풀려진 내용을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까, 고민으로만 살아왔다"며 법정에 서게 된 심정을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사건과 (제가) 직접적 관련이 없거나 다른 외부의 정치적 의도 때문에 지금까지 오게 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마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댓글이란 것이 있는지 잘 몰랐지만, 정치관여 혐의라고 하면 피상적으로라도 작전 결과 보고가 한 번이라도 전달됐어야 의심할 수 있는데 결과를 한 번도, 한 장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결과를 들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했다고 하는 것은 어폐"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기록물 등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는 "한일관계로 갑작스럽게 책임지고 사퇴하면서 이삿짐을 싸게 됐고, 연구실에서 지내다 보니 서류 뭉텅이 속에 있던 것을 미처 발견 못 했다.

제 불찰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