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선 '인사적체 심화·갈라파고스화' 우려 목소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조직 쇄신안에는 퇴직자의 사건 로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퇴직 후 10년간 취업 현황을 공시하는 등의 규제로 퇴직자가 줄면서 인사적체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외부교육 참석을 금지함에 따라 공정위 직원의 전문성이 약해지는 '갈라파고스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공정위 고강도 쇄신안…전관 둘러싼 관행 사라질까
20일 공정위가 발표한 조직 쇄신안을 보면 이른바 '전관'의 입김이 현직자에게 닿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전관의 로비가 현직에 닿지 못하면, 기업으로서는 공정위 퇴직자를 채용할 유인이 줄게 되고 취업 알선은 물론 부당 로비까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퇴직자가 재취업 이력을 퇴직일로부터 10년 동안 홈페이지에 공시하면, '보는 눈' 때문에 현직자를 섣불리 접촉하기가 어렵다.

공정위 현직 공무원은 사건과 관련해 사적으로 퇴직자와 만나는 게 금지되고, 공적으로 접촉하더라도 모두 보고해야 하므로 전현직 간의 접촉면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규정이 시행되면 현직자는 중도 퇴직하지 않고 정년인 60세까지 채울 유인이 더욱 커진다는 점에 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인사적체가 심화하면서 공정위 전체 조직의 활력도 떨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위원장은 "인사적체는 공정위뿐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의 난제"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기적인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다른 편법을 생각한다면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교육 훈련 등을 통해 공정위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경쟁법 집행 전문가로 역량을 키우고 사회적 신뢰가 확보된다면 공정위 밖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정위는 쇄신안에서 퇴직자나 기업·로펌이 함께 참여하는 모든 외부 교육에 직원들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유착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자칫 시장에 대한 공정위의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라는 담에 둘러싸이는 '갈라파고스화'를 통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채규하 공정위 사무처장은 "교육을 차단하겠다는 것은 (기업이)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활용하는 과정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적인 세미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공정위 내부 연구회, 시장 소통 간담회 등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내부 직원을 감시하는 내부 감찰 태스크포스(TF)가 내부자로 채워지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감사담당관 직제를 외부에 개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쇄신안과 관련해 "조직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모면하려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근본적으로 공정위가 막중한 소임을 완수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