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89명,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상봉…국군포로·납북자 6가족 포함
저녁 식사도 함께할 예정…2박 3일간 6차례 걸쳐 11시간 상봉
'65년 넘게 기다려 드디어 만나'…남북 이산가족 첫 상봉 시작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꿈에 그리던 헤어진 가족과 드디어 다시 만났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20일 오후 3시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상봉에 들어갔다.

분단 이후 만날 수 없었던 남북의 가족이 65년 만에 재회한 것이다.

이번에 북에 있는 자녀를 만나는 이산가족은 7명이다.

형제·자매와 재회하는 이들이 20여 명이며, 조카를 비롯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3촌 이상의 가족을 만나는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아들과 만나는 이기순(91) 할아버지는 상봉 전 취재진과 만나 "내 아들이 맞다면 여러 말 안 해도 하나만 물어보면 알 수 있다"며 두 살 때 헤어졌던 아들을 만날 시간을 기다렸다.

한신자(99) 할머니는 북한에 두고 온 두 딸 김경실(72) 경영(71) 씨를 만났다.

전쟁통에 두 딸을 친척 집에 맡겨둔 탓에 셋째 딸만 데리고 1·4후퇴때 남으로 내려오면서 두 딸과 긴 이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 할머니의 아들인 김경석 씨는 "어머니가 '고생해서 살았을 거다'라고만 하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자 다섯 가족도 눈물의 첫만남을 가졌다.

남측 이산가족이 상봉을 원했던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 당사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 북쪽의 남은 가족과 만났다.

최기호(83) 씨는 의용군으로 납북된 세 살 위 큰형 영호 씨가 2002년 사망해 조카들과 대면했다.

이재일(85) 씨도 납북된 형 재억 씨가 1997년 사망해 대신 조카들을 만났다.

부친이 국군포로인 이달영(82) 씨는 이복동생들과 상봉했다.

부친은 1987년 별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65년 넘게 기다려 드디어 만나'…남북 이산가족 첫 상봉 시작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얼굴을 맞댈 기회를 가진다.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로 환영 만찬이 이어져 남북의 가족이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한다.

이틀째인 21일에는 숙소에서 오전에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고 곧이어 1시간 동안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한다.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건 과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작별상봉에 이어 단체 점심을 하고 귀환한다.

이들에 이어 24일부터는 2박 3일 동안 북측 이산가족 83명과 남측의 가족이 금강산에서 같은 방식으로 상봉한다.

정부는 이산가족 중 고령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의료·소방인력 30여 명을 방북단에 포함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육로와 헬기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남측으로 후송할 계획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