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에 로스쿨 학생들 비판성명 "대법 판례보다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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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젠더법학회 연합 "중세처럼 '피해자 품행 심판'" 비판
일부 1심 지지 의견도…"가해자에 무혐의 증명 책임 지우면 '전근대식 재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력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예비 법조인인 법학도들 사이에서도 무죄 판결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젠더법학회 연합(전젠연)은 전날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부쳐'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안 전 지사의 1심 무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젠연은 네 가지 지점에서 재판부를 비판했다.
우선 이들은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간음의 구성요건을 기존 대법원 판결 판시보다 엄격하게 해석한 근거에 대해 합당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피해자의 강한 저항 여부를 문제 삼지 않는 기존 대법원 법리보다 훨씬 엄격하고 후퇴한 기준을 적용한 이유를 재판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1998년 판결에서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력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하고, 이 경우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어 전젠연은 "재판부는 심리 초점을 위력 '행사'와 피해자의 자유의사 제압 여부로 옮겨, 재판이 사실상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에 대한 심리로 흘러가게 했다"면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에 대한 심리는 뒷전이었다"고 규탄했다.
안 전 지사가 피해자에게 사과했던 점, 범죄 혐의로 지목된 관계에 대해 '잊으라'는 메시지를 반복 전송한 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냈던 점, 평소 부하 직원들을 고압적으로 대한 정황이 있는 점 등을 재판부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젠연은 "재판부는 오히려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판단한다는 명목 하에 피해자 평소 언행,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대응과 태도, 학력, 결혼 여부 등 광범위한 '품행 심판'을 진행했다"면서 "오늘날 재판부가 중세 마녀재판과 같은 누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재판부는 유력 대선 주자와 수직적 관계에 놓인 피해자 사이에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번 사건은 입법 책임 소재가 불명한 '비동의간음'의 처벌 문제가 아니다.
위력 간음죄의 입법 취지와 위력의 개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죄책을 위력 간음죄로 의율(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법원은 합당하게 마련된 기존 법리와 대법원이 제시한 성인지감수성이 적용된 상식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원이 내린 개별 판결에 대해 법학도들이 단체로 비판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안희정 재판은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학생들은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물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학생들끼리 모이면 서로 의견을 공유하거나 아예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젠더법학회 성명과는 달리 1심 무죄 판결이 타당하다는 로스쿨 학생들의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서울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A(25)씨는 "형사 재판의 대원칙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면서 "가해자에게 무혐의 증명 책임을 부과할 경우 근대 형법 취지를 몰각하고 전근대식 '원님 재판'으로 돌아갈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세대 로스쿨에 다니는 B(27)씨도 "유죄로 판결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여러 정황이나 제출된 증거로 봤을 때 '유죄 판결을 내릴 정도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1심 무죄 판결에 손을 들어준 법학도들도 재판부가 '비동의간음죄 등의 입법 미비'를 거론한 것은 "면피성 문구처럼 보였다", "여론 압박에 따른 변명 같았다" 등 비판을 제기했다.
서울대 로스쿨에 다니는 C(27)씨는 "그동안 법 해석이 너무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진 건 아닌지, 성적 자기결정권 담론을 충분히 논의했는지, 사법적으로 실질적인 성평등이 고려되고 있는 건지 등에 관해 고민해볼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
일부 1심 지지 의견도…"가해자에 무혐의 증명 책임 지우면 '전근대식 재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력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예비 법조인인 법학도들 사이에서도 무죄 판결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젠더법학회 연합(전젠연)은 전날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부쳐'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안 전 지사의 1심 무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젠연은 네 가지 지점에서 재판부를 비판했다.
우선 이들은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간음의 구성요건을 기존 대법원 판결 판시보다 엄격하게 해석한 근거에 대해 합당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피해자의 강한 저항 여부를 문제 삼지 않는 기존 대법원 법리보다 훨씬 엄격하고 후퇴한 기준을 적용한 이유를 재판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1998년 판결에서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력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하고, 이 경우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어 전젠연은 "재판부는 심리 초점을 위력 '행사'와 피해자의 자유의사 제압 여부로 옮겨, 재판이 사실상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에 대한 심리로 흘러가게 했다"면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에 대한 심리는 뒷전이었다"고 규탄했다.
안 전 지사가 피해자에게 사과했던 점, 범죄 혐의로 지목된 관계에 대해 '잊으라'는 메시지를 반복 전송한 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냈던 점, 평소 부하 직원들을 고압적으로 대한 정황이 있는 점 등을 재판부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젠연은 "재판부는 오히려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판단한다는 명목 하에 피해자 평소 언행, 사건 발생 후 피해자의 대응과 태도, 학력, 결혼 여부 등 광범위한 '품행 심판'을 진행했다"면서 "오늘날 재판부가 중세 마녀재판과 같은 누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재판부는 유력 대선 주자와 수직적 관계에 놓인 피해자 사이에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번 사건은 입법 책임 소재가 불명한 '비동의간음'의 처벌 문제가 아니다.
위력 간음죄의 입법 취지와 위력의 개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죄책을 위력 간음죄로 의율(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법원은 합당하게 마련된 기존 법리와 대법원이 제시한 성인지감수성이 적용된 상식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원이 내린 개별 판결에 대해 법학도들이 단체로 비판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안희정 재판은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학생들은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물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학생들끼리 모이면 서로 의견을 공유하거나 아예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젠더법학회 성명과는 달리 1심 무죄 판결이 타당하다는 로스쿨 학생들의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서울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A(25)씨는 "형사 재판의 대원칙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면서 "가해자에게 무혐의 증명 책임을 부과할 경우 근대 형법 취지를 몰각하고 전근대식 '원님 재판'으로 돌아갈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세대 로스쿨에 다니는 B(27)씨도 "유죄로 판결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여러 정황이나 제출된 증거로 봤을 때 '유죄 판결을 내릴 정도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1심 무죄 판결에 손을 들어준 법학도들도 재판부가 '비동의간음죄 등의 입법 미비'를 거론한 것은 "면피성 문구처럼 보였다", "여론 압박에 따른 변명 같았다" 등 비판을 제기했다.
서울대 로스쿨에 다니는 C(27)씨는 "그동안 법 해석이 너무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진 건 아닌지, 성적 자기결정권 담론을 충분히 논의했는지, 사법적으로 실질적인 성평등이 고려되고 있는 건지 등에 관해 고민해볼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