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20일 오전 4시31분

삼성SDI가 올해 삼성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삼성그룹이 지난 8일 18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자본시장에서의 첫 자금 조달이 될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 삼성그룹이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채권시장에 다시 활발히 드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이재용 부회장 '180조 투자' 발표 이후… 삼성SDI, 4000억 회사채 발행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다음달 중반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만기는 3년과 5년으로 나누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달 초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할 예정이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채권 발행 실무를 맡고 있다.

삼성SDI의 회사채 발행은 2015년 30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IB업계에선 이 회사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2000억원어치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9409억원을 설비투자에 쓴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5913억원을 2차전지 및 전자재료 사업의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입했다. 삼성그룹의 180조원 투자 발표 이후 주요 계열사인 삼성SDI도 한층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큰 폭의 실적 개선세를 고려하면 여러 기관들이 삼성SDI 회사채 투자에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삼성SDI는 올 상반기 22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4조156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9.9% 증가했다. 전방산업 수요 증가에 힘입어 2차전지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판매 물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우량한 신용도도 수요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 신용등급은 ‘AA’(안정적)로 10개 투자적격 등급 중 세 번째로 높다.

삼성SDI가 오랜만에 채권시장에 등장하면서 다른 삼성 계열사 자금 조달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회사채 발행 금액은 2013년 2조75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엔 삼성물산(2000억원)과 호텔신라(2500억원) 단 두 곳만 채권을 찍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채권시장을 다시 찾는 계열사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