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한 정상이 ‘1년 내 비핵화 완료’를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북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청와대도 공개하지 않은 남북 정상 간 ‘비핵화 일정표’가 백악관에 의해 밝혀진 모양새다.

볼턴 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4·27 남북 정상회담’의 비공개 발언들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그 회담에서 ‘북한이 더 빨리 비핵화할수록 한국과 일본의 대외원조, 수많은 국가의 해외 투자를 통한 개방의 혜택을 더 빨리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우리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은 이것들을 1년 이내에 하자고 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예스’라고 했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시점으로부터 (비핵화를 완료하기까지) ‘1년’은 남북이 이미 동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 간에 한 대화 내용을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우리 정부에도 적지 않은 압박이 될 전망이다. 다음달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 ‘1년 내 비핵화 약속’을 북한에 강조하라는 백악관의 ‘메시지’라는 이유에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등 비판론자들은 “우리 정부가 종전 선언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협상 진행 자체에만 중점을 두는 것 같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비핵화 협상 등에 돌파구를 내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선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볼턴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도 공식 확인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곧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과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선 “그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한, 이전에 한국과도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일”이라며 “비핵화 과정 진행은 여전히 우리의 최우선순위이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진지함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네 번째 회담에서 핵시설 신고 등 미국이 원하는 것을 내놓지 않을 경우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과를 내면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각국의 움직임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폼페이오 방북→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의 평양 정상회담→제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뉴욕 유엔총회 남·북·미·중 공동 종전 선언’ 등의 일정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