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랑은 행동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성명기 < 여의시스템 대표·이노비즈협회장 smk@yoisys.com >
![[한경에세이] 사랑은 행동이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8/07.17232778.1.jpg)
예전에 자주 가던 식당에 조선족 아주머니가 있었다. 한국에서 대리운전, 공사판 막노동 등 젊은 여성으로선 쉽지 않은 일까지 했던 맹렬 여성이었다. 늘 웃음을 잃지 않던 아주머니가 어느 날 어두운 표정으로 음식을 나르기에 사정을 물어봤다.
덕분에 그와 아들은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아들에 대해 싫은 내색을 하면서 툭하면 중국 외할머니에게 보내라는 얘기를 하더란다. 아주머니에게 아들은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했기에 남편 대신 아들을 택했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다시 혼자가 돼 힘든 삶이 시작됐지만 그동안 모은 돈으로 다세대 반지하방을 전세로 얻었고, 그곳에서 아들과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연립주택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면서 전세금을 몽땅 날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입주할 때 전세 등기 제도를 잘 몰랐던 것이 화근이었다.
꽤 오랜 날이 지난 뒤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전세 돈 모두 찾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재판정에서 딱한 사정을 말하며 눈물로 애원했다고 했다. 나중에 판사가 채권은행 담당자를 불러 설득했고, 채권은행이 동의해 후순위인 그의 전세보증금을 선변제해줘 돈을 돌려받았다는 것이었다.
이 경험은 내 삶에 가슴 뭉클한 아름다운 기억이 됐다. 다시 ‘행복’을 찾은 아주머니의 아들이 군복무를 마친 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