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장 콕토의 요청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17세기 고전주의 미학을 응용한 걸작이다. 러시아 발레리나에게서 영감을 받아 육중한 두 여인이 해변을 달리는 모습을 청량한 터치로 잡아냈다. 머리를 젖히고 질주하는 왼쪽 여인의 동작은 비례와 균형감을 중시하면서도 운동감을 더 강조해 풍부한 역동성을 살려냈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오른쪽 여인 역시 팔의 신체적 비례감을 무너뜨렸다. 실제 팔보다 더 길고 굵게 묘사해 질주의 쾌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고전주의 회화에 감춰진 율동감을 드러내 자기만의 독창적인 화풍으로 소화해낸 게 흥미롭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