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중대 담합 법집행 독점' 38년만에 깨져…나머지는 유지
기업들 위축 우려에 정부 "기업활동·자율성 침해 없도록 하겠다"


중대 담합 전속고발제 폐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동안 쥐고 있던 법 집행상의 독점을 깨고 검찰과 경쟁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손실을 막을 방안으로 기대된다.

다만 담합 적발의 핵심 단서인 자진신고자 면제 제도(리니언시) 운영도 바뀌면서 적발력이 강화할 것이냐 약화할 것이냐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리니언시 권한 나눈 공정위·검찰… 적발력 강화될까
21일 공정위와 법무부에 따르면 양 기관은 가격·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 담합과 같은 중대 담합(경성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는 공정위의 고발이 없다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었지만, 이 합의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검찰도 자율적으로 중대 담합을 수사해 기소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공정위 말고도 누구라도 자유롭게 중대 담합 사실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일단 법 집행 독점을 깼다는 측면에서, 향후 중대 담합 조사·수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기관이 '경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중대 담합이 설 자리를 잃어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리니언시 정보를 공정위가 검찰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리니언시는 담합 참여자가 배신하고 공정위에 신고한다면 그 순위에 따라 행정·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의 특성상 리니언시는 담합 적발의 '특효약'으로 통한다.

2016년 공정위에 적발된 담합사건 45건 중 27건(60%)이 리니언시를 통해 적발했을 정도다.

하지만 자진 신고를 외부에 사실대로 공표할 수 없는 특성상 공정위가 제도를 불투명하게 운용한다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따라서 리니언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점은 이런 불투명성을 다소 해소할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리니언시 정보 공유에 따라 자진 신고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동안은 리니언시 신고 기업은 공정위의 처분이 끝나는 시점에서 행정처분과 형사처분을 모두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에 따라 행정처분은 공정위 처분이 끝나는 시점에서 면제되지만, 형사처분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법원 확정판결까지 가야 면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그만큼 리니언시 기업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히려 리니언시 정보 공유에 따라 자진 신고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와는 달리 검찰은 압수수색이라는 강제 수사권이 있다.

고발장이 접수되거나 자체 첩보를 통해 검찰이 강제 수사에 착수하면 담합 기업은 리니언시 카드를 써보지도 못하고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렇다면 담합 기업이 초기에 자진신고를 할 가능성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중대 담합 전속고발제 폐지는 기업으로서는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발이 남용되고 조사를 수시로 받게 돼 경영이 어려워지고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도 그러한 우려를 감안해 그(중대 담합) 외 기업활동에 대해서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검찰과 공정위가 협의체를 구성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 경제주체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전속고발제 폐지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제가 규정된 총 6개 법률 가운데 가맹·유통·대리점 등 유통3법과 표시광고법은 의원 입법을 통해 전면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하도급법은 기술유용행위에 한해 부분 폐지를 추진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역시 법무부와 합의한 대로 중대 담합 부분에 한해 일부 폐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