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권 전용 59㎡도 속속 10억 돌파 중
24일 아파트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주까지(실거래신고 기준) 서울에서 전용 84㎡ 매매가격이 20억원을 넘은 곳은 모두 11개 단지다. 또 전용 84㎡ 매매가격이 15억원을 넘은 곳은 모두 42개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7억3821만원)의 두 배 웃도는 수준이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5월 말 27억원에 실거래됐다. 아직 실거래가 신고가 되지 않았지만 한강 조망 중층 매물이 최근 2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초 같은 주택형이 28억원과 28억1000만원에 각각 거래된 데 이어 1주일 만에 신기록을 다시 작성했다. 현재 호가는 최고 31억원에 달한다. 3.3㎡로 환상하면 1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신반포1차를 재건축해 2016년 준공된 아크로리버파크는 입주 직후 한강변에 드문 대단지 신축 아파트로 각광받았다. 이제는 '아리팍'라는 별명까지 붙으면서 단숨에 ‘황제 아파트’ 자리를 꿰찼다.
압구정동 ‘현대14차’가 뒤를 이었다. 이 단지는 올초 25억원에 손바뀜했다. 1987년 준공된 이 단지는 동호대교와 성수대교 사이에 있는 다른 아파트들과 함께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압구정3구역으로 묶였다. 현대 1~7차와 10·13차, 현대·대림빌라트, 대림아크로빌 등과 함께 재건축을 추진한다. 압구정 재건축 가운데서도 가장 ‘알짜’로 꼽히는 구역이다. 최근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동의율 53%를 확보하고 강남구청에 추진위 승인 신청을 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을 덜기 위해 1 대 1 재건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1기 재건축’ 아파트로 통하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 전용 84㎡도 나란히 20억원 선을 넘겼다. 이들 단지는 2000년대 초반 반포저밀도지구 개발 때 사업 속도를 놓고서도 경쟁했다.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퍼스티지는 24억2500만원에,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는 22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대치동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4월 22억8500만원에 실거래돼 서울에서 네 번째로 비싼 아파트가 됐다. 가격이 비슷한 다른 단지들과 달리 한강을 끼고 있지 않은 게 특징이다. 대치동 일대에서 유일한 신축 아파트인데다 은마 등 주변 단지들의 재건축이 지지부진해 당분간 랜드마크 지위를 유지할 것으이란 관측이다.
강북에선 성수동 ‘트리마제’의 전용 84㎡ 매매가격이 유일하게 20억원 선을 넘겼다. 한강을 남향으로 조망하는 데다 서울숲을 끼고 있다. 강남이 가까워 자산가와 연예인 등에게 인기인 아파트다. 조식을 비롯해 청소 등 호텔식 주거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네별로는 어디에 20억 이상 아파트가 많을까. 실거래가 상위에 오른 단지 대부분은 강남 아파트다. 1~8월 전용 84㎡ 거래가격 상위 50개 단지 가운데 49곳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 위치했다. 행정동별로는 대치동이 13개 단지로 가장 많았다. 역삼동(7개)과 반포동(5개), 잠원동(5개), 삼성동(4개) 순으로 나타났다. 강북에선 유일하게 성수동이 1곳(트리마제)이 이름을 올렸다. ◆강북 전용 59㎡도 속속 10억 돌파
소형인 전용 59㎡ 아파트 매매가격도 속속 10억원을 돌파했다. 20억원대에 실거래된 단지까지 나왔다. 거래가 상위 50개 단지 가운데는 강남 비중이 높았지만 강북 주요 인기지역도 다수 포함됐다. 이촌동(3개)과 한남동(1개), 옥수동(1개) 일대 단지들이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용강동(1개)과 현석동(1개), 북아현동(1개) 등 강북 정비사업 단지들도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올해 거래된 전용 59㎡ 아파트 가운데는 19억원을 기록한 한남동 ‘한남더힐’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 84㎡ 최고가를 기록했던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 59㎡에서도 18억7000만원으로 두 번째에 올랐다. 이 아파트는 최근 소형 면적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20억원을 넘겨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거래신고가 완료되면 순위를 바꾸게 될 전망이다.
비(非) 강남권 전용 59㎡ 가운데는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2단지’가 최고가를 썼다. 지난 6월 10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북아현1-3구역을 재개발한 이 단지는 2호선 아현역 바로 앞에 들어섰다. 광화문과 여의도 등 강북 도심 출퇴근이 편리해 직주근접 단지로 인기다.
강북 인기 주거지역 아파트는 속속 10억원 선을 넘는 중이다. 수년 전만 해도 강북 아파트 전용 84㎡가 10억원을 넘길 수 있는지가 관심이었지만 이젠 59㎡도 10억원이 기본이다. 전통 부촌인 이촌동에선 ‘한가람아파트’와 ‘강촌아파트’가 각각 10억8500만원과 10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북한강성원아파트’는 10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10억원 선을 넘겼다. 마포에선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10억7000만원)’와 ‘래미안웰스트림(10억5000만원)’이 상위 50위 안에 들었다. 압구정과 마주보는 옥수동에선 ‘e편한세상옥수하크힐스’의 소형 면적이 1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 단지는 모두 2016년 이후 입주한 신축 아파트라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강화로 사실상 신규 공급이 막혀서다. 한강변 아파트의 경우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3.3㎡(평)당 1억원(전용 84㎡34억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추가 공급이 꽉 막힌 상황에서 랜드마크급 새 아파트는 희소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강변이 아닌 강남 새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이미 3.3㎡당 7500만~800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한강변은 이른 시점에 1억원대를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