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언론이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스콘과 주하이시 정부는 최근 반도체 설계 서비스와 반도체 설비, 웨이퍼 설계 등의 분야에서 합작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의서에 서명했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과 궈융항 주하이시 서기가 서명식에 참석한 가운데 야오이성 주하이시 시장과 류양웨이 폭스콘 반도체 담당 사장이 대표로 서명했다.

폭스콘은 공장 건설을 통해 사물인터넷(IoT)과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측은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글로벌타임스는 “폭스콘은 이미 1년 전부터 중국 본토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의향을 표명해왔다”며 “주하이시 정부와 협력함으로써 다양한 우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작에 미국이 국가 안보를 들어 중국 자본의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를 저지한 것과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폭스콘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최대 관영 컨설팅 기업인 CCID는 “공장을 가동하려면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폭스콘이 그런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협력 기업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스콘의 이번 결정은 세계적인 하청업체에서 자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궈 회장의 야심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폭스콘은 지난 3월 일본 반도체 기업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5월엔 메모리 제조를 전담하는 반도체 사업부를 설립해 반도체 분야 진출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궈 회장은 “반도체 사업부에 근무 중인 엔지니어만 벌써 100여명”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