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차량의 외부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인 스트라드비젼에 8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모비스가 미래자동차 관련 기술을 보유한 외부 기업에 투자한 건 1977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미래車 기술 확보하자" 거침없는 현대모비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최근 스트라드비젼에 8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5%를 확보했다. 현대모비스의 외부 투자(해외 자회사 및 그룹 계열사 투자 제외)로는 창립 이래 최대 금액이다. 스트라드비젼은 포스텍 졸업생들이 모여 2014년 설립한 회사다. 차량 외부의 자동차 번호판, 도로표지판 등을 읽고 그 내용까지 분석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창업 이듬해부터 외부 문자를 읽고 해석하는 부품의 능력을 겨루는 국제 대회에 참가해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도로표지판 등의 문자를 인식하고 그 뜻을 파악하는 기술은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회사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와도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로부터 13억3300만원, 2016년 현대차로부터 7억2500만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현대모비스가 스트라드비젼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은 우수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투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모비스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첫 성과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모비스가 그룹 내 미래기술 중심 회사로서 다른 계열사를 견인할 것”이라며 “현대모비스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분야 등에서 4~5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를 미래차 기술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인터뷰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지만, 개편 작업이 중단된 지금도 정 부회장 발언은 유효하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는 연내 미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발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차에 모듈(부품덩어리)을 공급하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미래차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