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과열 양상이 서울 전역으로 퍼지면서 강북권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도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강북 도심에서는 전용면적 59㎡ 아파트가격마저 속속 10억원을 돌파하고 있다.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2단지’는 지난 6월 10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대에 안착했다. 이촌동에선 ‘강촌아파트’가 10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준(準)강남권인 한남동 ‘한남더힐’은 3월 19억원에 실거래됐다. 전용 84㎡에선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가 5월 21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강북 지역에서 전용 84㎡가 20억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지금은 24억원을 호가한다.

전문가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달 10일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이 가뜩이나 불안한 강북 집값을 더 과열시키는 ‘불쏘시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지난 19일 박 시장이 강남·북 균형개발전략까지 내놓으면서 강북 상승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추세다.

강북도 폭등… 59㎡ 10억대, 용산 등 곳곳에서 최고價 행진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용산구 집값은 주간 단위로 0.29% 오르며 서울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어 영등포구(0.28%), 양천(0.27%), 마포(0.25%), 은평(0.22%), 동작(0.21%) 중구(0.21%), 강북(0.20%)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초 대비 이달 17일까지 마포(14.3%), 성동(14.26%), 동작(13.8%), 서대문(13.14%), 동대문(12.4%), 관악(11.70%), 중구(11.41%) 등 7개 구의 집값 상승률은 강남3구(11.20%)를 뛰어넘었다.

강북의 상승세에 불이 붙으면서 사상 최고가 행진도 잇따르고 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1일 1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6월 최고가(10억8500만원)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여의도는 매물 품귀 현상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여의도 J공인 관계자는 “여의도 전체에 거래 가능한 매물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지난달 중순 11억5000만원에 팔린 대교아파트 전용 95㎡ 매물은 현재 13억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북구에서도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1차’ 전용 84㎡가 이달 6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비강남, 비고가, 비재건축 등 ‘3비(非)’를 중심으로 격차 메우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연이은 개발 계획 발표에 집값이 계속 오를 거란 집단 심리가 짙어지면서 상승세가 이어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