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때 확 늘어나는 '수상한 ADHD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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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좋아진다' 소문에 ADHD치료제 인기…오남용 땐 환각·자살 위험
수험생들 사이 불법 유통 확산
별도 검사 없이 처방 하기도
인터넷 불법 구매 증가 추세
"정상인이 약 복용했을 경우
어지럼증·우울증 부작용 초래"
수험생들 사이 불법 유통 확산
별도 검사 없이 처방 하기도
인터넷 불법 구매 증가 추세
"정상인이 약 복용했을 경우
어지럼증·우울증 부작용 초래"
경희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19)는 최근 재수를 위해 휴학원을 제출한 뒤 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공부 잘하는 약’을 대량 구입했다. 원래 정신질환의 일종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치료하기 위한 향정신성 전문의약품이지만 집중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고3 수험생과 재수생들에게 인기다.
전문가들은 “정상인이 먹었을 때 두통과 어지럼증, 우울증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데다 장기 과다 복용 시 환각과 자살 충동까지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치료 목적이 아닌 약물의 오남용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수능 치르는 11월마다 치료약 판매 늘어
21일 의약업계에 따르면 ADHD 치료제로 쓰이는 리탈린(페니드), 콘서타, 메타데이트 등의 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다. 뇌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등을 증가시켜 각성 효과를 일으킨다. ADHD 환자는 일시적으로 주의력이 향상되지만 정상인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약효가 있는 것처럼 오인한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의사 처방을 받기도 쉬운 편이다. ADHD 진단을 위한 별도의 물리적 검사를 하지 않고 길지 않은 대화만으로 약을 처방해 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자의 증상을 미리 알고 흉내만 내도 쉽게 약을 구할 수 있다. 매년 수능이 치러지는 11월이면 ADHD 환자 수가 정점을 찍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2월 2만1280명 선이던 ADHD 환자는 꾸준히 늘어 같은해 11월 2만5416명으로 약 3000명 증가했다. 다음해인 2017년 1월엔 2만2459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그해 11월 다시 5000명 늘어나 2만7383명이 됐다.
관계당국은 의사의 처방 없는 인터넷 불법 구매까지 합치면 ADHD 치료제의 오남용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페니드 구입’ ‘콘서타 구입’ 등만 입력해도 판매자의 카카오톡·텔레그램 아이디를 금방 찾을 수 있다. 기자가 직접 한 카카오톡 아이디를 친구 등록한 뒤 “페니드 구입 가능한가요”라고 보내자 곧바로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합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판매자는 “집중력 강화 효과가 더 좋다”며 다른 약물을 추천하기도 했다.
◆의사 속이고 처방… 약물중독·자살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ADHD 치료약 오남용의 위험성을 한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식약처는 당시 “ADHD 치료제를 ‘집중력을 높여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으로 복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정상인이 치료제 중 하나인 메틸페니데이트염산염 등을 복용하면 심할 경우 환각 망상 공격성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자살까지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학생 대표를 지낼 정도로 활달한 모범생이던 학생이 의사를 속이고 ‘스터디 드러그(공부 잘하는 약)’를 처방받은 뒤 약물 중독과 정신 이상 증세로 고생하다가 약을 끊고 2주 만에 자살해 충격을 안겼다.
그런데도 “ADHD 약을 먹고 공부하면 눈 깜짝할 새 3~4시간이 지나간다” 등 효험을 봤다는 인터넷 후기글 때문에 약을 찾는 사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인인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위약효과’(효과가 없는 약인데도 환자의 긍정적 믿음으로 증세가 호전되는 현상)거나 그때까지 몰랐는데 실제로 ADHD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아란/임락근 기자 archo@hankyung.com
전문가들은 “정상인이 먹었을 때 두통과 어지럼증, 우울증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데다 장기 과다 복용 시 환각과 자살 충동까지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치료 목적이 아닌 약물의 오남용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수능 치르는 11월마다 치료약 판매 늘어
21일 의약업계에 따르면 ADHD 치료제로 쓰이는 리탈린(페니드), 콘서타, 메타데이트 등의 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다. 뇌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등을 증가시켜 각성 효과를 일으킨다. ADHD 환자는 일시적으로 주의력이 향상되지만 정상인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약효가 있는 것처럼 오인한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의사 처방을 받기도 쉬운 편이다. ADHD 진단을 위한 별도의 물리적 검사를 하지 않고 길지 않은 대화만으로 약을 처방해 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자의 증상을 미리 알고 흉내만 내도 쉽게 약을 구할 수 있다. 매년 수능이 치러지는 11월이면 ADHD 환자 수가 정점을 찍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2월 2만1280명 선이던 ADHD 환자는 꾸준히 늘어 같은해 11월 2만5416명으로 약 3000명 증가했다. 다음해인 2017년 1월엔 2만2459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그해 11월 다시 5000명 늘어나 2만7383명이 됐다.
관계당국은 의사의 처방 없는 인터넷 불법 구매까지 합치면 ADHD 치료제의 오남용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페니드 구입’ ‘콘서타 구입’ 등만 입력해도 판매자의 카카오톡·텔레그램 아이디를 금방 찾을 수 있다. 기자가 직접 한 카카오톡 아이디를 친구 등록한 뒤 “페니드 구입 가능한가요”라고 보내자 곧바로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합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판매자는 “집중력 강화 효과가 더 좋다”며 다른 약물을 추천하기도 했다.
◆의사 속이고 처방… 약물중독·자살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ADHD 치료약 오남용의 위험성을 한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식약처는 당시 “ADHD 치료제를 ‘집중력을 높여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으로 복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정상인이 치료제 중 하나인 메틸페니데이트염산염 등을 복용하면 심할 경우 환각 망상 공격성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자살까지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학생 대표를 지낼 정도로 활달한 모범생이던 학생이 의사를 속이고 ‘스터디 드러그(공부 잘하는 약)’를 처방받은 뒤 약물 중독과 정신 이상 증세로 고생하다가 약을 끊고 2주 만에 자살해 충격을 안겼다.
그런데도 “ADHD 약을 먹고 공부하면 눈 깜짝할 새 3~4시간이 지나간다” 등 효험을 봤다는 인터넷 후기글 때문에 약을 찾는 사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인인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위약효과’(효과가 없는 약인데도 환자의 긍정적 믿음으로 증세가 호전되는 현상)거나 그때까지 몰랐는데 실제로 ADHD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아란/임락근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