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등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삼본정밀전자가 대규모 무상증자를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삼본정밀전자의 새 최대주주가 1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최근 받았기 때문에 주가 관리 차원에서 무상증자를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1일 코스닥시장에서 삼본정밀전자는 1200원(7.06%) 오른 1만82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는 전날 보통주 1주당 4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 신주는 3607만2000주이고, 신주 배정 기준일은 9월5일이다.

주당 4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는 흔하지 않다. 회사 발행주식 수가 현재보다 5배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삼본정밀전자 기업설명회(IR) 담당 관계자는 “경영진이 결정한 사항이어서 증자 이유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무상증자는 유통주식 수가 적은 기업이 거래 활성화를 위해 많이 한다. 무상증자는 각종 잉여금이 자본금으로 전환될 뿐 외부에서 자금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래가 늘고 회사 측의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주이익 환원 정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무상증자가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뤄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10일 최대주주가 (주)삼본정밀전자홀딩스투자목적회사에서 (주)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의 현재 보유 지분은 10.61%다.

지분을 넘겨받은 뒤 케이에이치블루홀딩스는 곧장 삼본정밀전자 주식을 담보로 한 차입에 나섰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모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삼본정밀전자 92만7200주를 담보로 맡기고 100억원을 빌렸다.

차입 기간이 이달 29일까지로 짧은 편이어서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설정가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본정밀전자 지분의 담보설정 평가액은 168억원,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만8119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상증자가 기본적으로 회계상 이벤트여서 근본적인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은 아닌 만큼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