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들어가는 기업이 지금보다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공정거래법 개편 당정협의를 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또 이들 기업이 지분을 50%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 203개 → 441개로 두 배 증가
당정 합의안대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현재 203개에서 441개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총수 일가 지분이 30% 미만인 삼성생명(20.82%), 현대차 계열 이노션(29.99%)과 현대글로비스(29.99%) 등 그룹 계열사 24곳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기업들이 규제에서 벗어나려면 20%를 초과하는 총수 일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경영권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가 위법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규제만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기업이 50%를 초과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도 규제 대상에 새로 들어간다. 삼성물산의 급식사업체로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유 팀장은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을 높이라는 정부 정책과 상충된다”고 했다.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된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순환출자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신규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규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기업의 순환출자 수는 2013년 9만7658개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 4월 기준으로는 12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존에 순환출자 구조를 갖춘 기업집단이 새로 대기업으로 편입되면 의결권 제한을 받게 돼 경영권을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

김 의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반 행위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는 등의 민사적 구제수단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기업의 담합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직접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고 공정위를 거쳐야 한다. 다만 이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들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태훈/좌동욱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