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서는 처음…동아리 주도로 학생 200명 자발적 참여
"할머니들과 늘 함께하겠습니다"… 무학여고서 첫 교내 수요집회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함께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22일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 학생들이 교내에 건립된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를 열었다.

수요시위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1992년 1월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집회다.

매주 수요일마다 초·중·고등학생들이 꾸준히 집회에 참여했지만, 일선 학교에서 정의연과 연대한 수요시위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회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동아리인 반크와 언포게더 주도로 마련됐다.

집회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1∼3학년 총 200여명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노란색 종이를 손에 들고 지난해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기념해 교내에 건립한 소녀상 앞에 모여들었다.

종이에는 '진실은 감춰지지 않는다', '할머니에게 명예와 인권을', '피해자분들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등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자유발언대에 오른 2학년 오지영(15)양은 "그동안 할머니들의 아픔이나 고통에만 치우쳤지 그 이면에 감춰진 용기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 더 나은 미래를 안겨주고자 했던 할머니의 마음을 우리가 보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정원(15)양 역시 "위안부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수십 년 동안 경멸의 시선을 무릅쓰고 목소리를 낸 할머니들의 용기를 기억해야 한다"고 외쳤다.

발언을 듣던 학생들은 "우리가 할머니의 기억입니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공식으로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를 지켜보던 이대영 교장은 "학생들의 행동이 학교를 바꾸고 더 나아가 나라를 바꾸는 행동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독려했다.

한편 이날 정의연은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천349차 정기 수요시위를 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윤미향 이사장은 "역사를 잊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 생존자의 목소리가 내 삶에 스며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자세여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듣기 위해 기다리는 할머니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부는 일본과의 분쟁 가능성을 이유로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가해자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