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둘째 날인 21일 오후에 열렸던 단체상봉에서는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건강 상태 때문에 상봉에 불참하거나 늦게 참석했다.
북측의 조카들을 만나러 간 강화자(90) 씨는 이날 몸 상태가 안 좋다며 단체상봉을 포기했다.
김달인(92) 씨도 어지럼증 때문에 이날 단체상봉에 참석하지 못하고 대신 부인과 딸을 상봉장에 내보냈다.
김씨의 북측 여동생은 무척 상심한듯했다.
꿈에 그리던 두 딸을 만나러 한달음에 달려간 한신자(99) 씨는 단체상봉이 시작된 지 한참이나 지나도록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걱정하는 북측의 두 딸에게 남쪽에서 낳은 딸이 한씨가 오전에 있었던 개별상봉으로 피로가 쌓여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딸들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어머니는 단체상봉 종료 5분을 앞두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상봉장에 들어섰다. 강씨와 김씨, 한씨는 모두 90대다.
이번 상봉 행사에 참여한 우리측 이산가족 89명(신청자 기준) 중 90세 이상의 고령자는 무려 33명이나 됐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한적)가 함께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는 5만6천86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70대 이상 고령자는 85%를 차지하며, 특히 90세 이상은 21.4%에 달한다.
한적은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심해진 만큼 이번 상봉 행사에는 예전보다 더 많은 24명의 의료지원 인력을 파견했다.
이산가족들과 함께 금강산으로 동행한 전정희 한적 경영지원팀장은 22일 "지난번 이산가족 상봉 때까지는 응급차가 1대 왔는데, 이번에는 응급차 5대가 왔고 처음으로 119 구조대도 왔다"며 "상봉자와 가족들의 연세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면서 의료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날로 심각해짐에도 한 차례에 100명에도 못 미치는 인원이 북측의 가족과 만나는 상봉 행사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회다.
남북의 가족이 서로 헤어진 지 65년도 더 지났지만, 그동안 성사된 대면 상봉은 1985년 9월에 이뤄진 남북 고향방문단 교환과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포함해 22차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규모와 횟수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더욱 확대하고 속도를 내는 것은 남과 북이 해야 하는 인도적 사업 중에서도 최우선적인 사항"이라며 "정기적인 상봉 행사는 물론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화상상봉·상시상봉·서신교환·고향방문 등 상봉 확대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산가족의 고령화를 고려해 남측 이산가족이 북측 지역인 금강산으로 가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남측 지역에서도 상봉 행사를 열 수 있도록 남북이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박경서 한적 회장은 21일 금강산 현지에서 가진 우리측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남측 지역에서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럼요"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여기(금강산)는 여기대로 하고, 서울 가까운 데서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해봐야겠다는 얘기들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발전되고 있으니까 그리 알아달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