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죽음에 동료들 그저 눈시울만 "일손도 안잡혀"
숨진 공무원 2명 1계급 추서…24일 봉화군에서 영결식
"어떻게 이런 일이" 유족들 오열… 봉화군 분향소 조문객 발길
"너무 허망합니다.어떻게 이런 일이…"

70대 귀농인의 어처구니없는 총질에 허망하게 동료 2명을 잃은 경북 봉화군청 공무원들이 비통함과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총기사건 발생 이틀째인 22일 근조 리본을 단 봉화군 공무원들은 다정하고 성실했던 동료의 어이없는 죽음에 허탈해하며 일손이 잡히지 않은 듯했고 청사는 온종일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주민 김씨(77)씨가 쏜 총탄에 맞아 숨진 소천면사무소 고 손건호(48·6급) 계장과 고 이수현(38·7급) 주무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봉화군청 대회의실에는 조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두 공무원 빈소가 있는 해성병원 장례식장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엄태항 봉화군수는 간부 공무원 등과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해성병원 빈소도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슬픔을 나눴다.

한 유가족은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지 모르겠다"며 오열했다.

분향소 앞에서 조문객을 맞이하던 권오협 주민복지실장은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너무 황당하고 허무하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떨궜다.

봉화군 한 공무원은 "손 계장과 이 주무관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궂은일도 늘 앞장섰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 줄이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봉화읍 주민 김모(68)씨는 "젊은 공무원에게 너무 갑작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다시는 이런 황망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 손건호 계장은 1997년 9월 봉화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예산계, 봉성면사무소 등을 거쳐 지난 7일부터 소천면사무소에 발령받았다.

이곳에서 근무한 지 2주 만에 어이없는 변을 당했다.

고향 마을에 근무해 더 의욕이 넘쳤고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봉화읍에 혼자 지내며 대구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부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보러 주말마다 먼 길을 다녀오는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이수현 주무관은 1남 4녀 가운데 막내로 경남 양산에서 자라 대구에서 대학을 나온 뒤 2014년 11월 행정 9급으로 봉화군에 발을 들였다.

산림과를 거쳐 2년 반 전에 소천면사무소로 와 근무했다.

영주에서 부모님과 살고 봉화까지 하루도 지각하는 일 없이 성실하게 일을 했다고 동료들은 말한다.

봉화군은 고인들의 직급을 한 단계 올려 손 계장에게 5급, 이 주무관에게는 6급을 추서했다.

또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애도하기 위해 군청에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고 장례는 군수를 장례위원장으로 해 군청 장(葬)으로 치른다.

엄태항 군수는 "고인들의 장례절차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국가유공자 등록 추진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직원이 안전하게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조성하고 충격을 받은 소천면 직원 등에 심리치료를 지원해 후유증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합동 영결식은 24일 오전 9시 군청 대회의실에서 유가족, 봉화군 공무원,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치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