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원전과 탈원전 진영간 논리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자회견 등을 통한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22일 탈원전 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의 전날 기자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원자력학회는 국내 원자력 관련 교수 등 전문가 5000여 명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재생에너지 전문가와 환경단체, 정치인 등이 모인 탈원전 단체다.

원자력학회는 “에너지전환포럼이 사후처리 비용을 감안할 경우 원전의 경제성이 낮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를 마지막으로 원전 건설을 중단하더라도 국내 원전이 향후 생산할 전기는 총 10조kWh(85% 이용률 가정)로, 한국전력의 판매단가 기준 1100조원 규모라는 것이다. 이는 사후처리 비용(총 53조원)을 모두 포함해도 원전의 탁월한 경제성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란 설명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의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 기회를 놓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자력학회는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정부 보조금이 줄면 사라지는 공공근로 성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2010~2016년 태양광 보조금을 64% 감축하자 관련 일자리가 70.7% 사라졌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탈원전 진영의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이 내세운 “탈원전을 통한 에너지전환이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가 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원자력학회는 “한 연구위원은 원전시장 규모가 17조원인 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298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에너지전환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시장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건 오류”라고 지적했다.

앞서 에너지전환포럼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는 걸 막는 정부 규제 때문에 한전 적자가 많이 발생했다”며 “발전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전기요금을 통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원전 감축 정책을 고수한 상태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전기요금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원자력학회 측 얘기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