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만남 약속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이산가족 1차 상봉 종료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면 우리집에서 먹이고 싶은데…"
24일부터 2박3일 2차 상봉

평양정상회담 소식 등 대화 나눠

< 모녀간 눈물의 작별 > 제21차 이산가족 1차 상봉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남측의 한신자 씨(99)가 버스에 올라 북측에서 온 딸 김경영 씨(71)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남측 가족들은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뒤 오후 1시30분 금강산을 떠나는 것으로 2박3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경기 김포에 사는 신재천 씨(92)는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개성에 사는 북측의 여동생 금순씨(70)에게 “서로 왕래하고 그러면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먹이고 살도 찌게 하고 싶은데…”라고 끝내 말을 잇지 못하며 아쉬워했다. 금순씨는 “개성에서 김포 금방이잖아. 빨리 통일이 돼야 해”라며 애써 오빠를 달랬다.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이날 남북 이산가족들은 기약 없는 만남을 약속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산가족들은 오전 10시부터 만나 2시간 단체상봉과 1시간 동안 공동 오찬을 함께한 뒤 2박3일간 12시간의 짧은 만남을 마무리했다. 남측 가족들은 오후 1시 30분에 버스로 귀환길에 올랐다.

남측의 배순희 씨(82)와 북측의 언니 순복씨(87), 여동생 순영씨(75)는 작별상봉에서 만나자마자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순희씨가 “지금은 100세 시대니까 오래 살고, 서로 다시 만나자”고 하자, 순복씨도 “다시 만나자”며 재회를 기약했다. 이산가족들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이산가족들은 헤어지는 순간까지 오열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남측의 고호준 씨(77)는 귀환 버스에 올라 북측 가족과 차창에 손을 맞대며 오열하다 차 문이 열리자 잠시 내려 북측 조카를 부둥켜안았다. 고씨는 “어이구 자슥아. 떼어놓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며 눈물을 쏟았다.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쪽의 가족들과 만나는 2차 상봉은 24~26일 금강산에서 1차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북한은 다음달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 등 서로의 소식도 교환했다. 한 북측 관계자는 남측 취재진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의 분위기를 물어보며 “미국 측 동향은 남측이 더 잘 알지 않느냐. 남측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때 어떤 성과를 기대하느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다른 북측 관계자는 “내달 9일 정권 수립일 70주년 행사 준비 때문에 평양뿐 아니라 온나라가 바쁘다”며 “정치적 열의와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기 위해서 (바쁘다)”고 말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