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당초 기대와 달리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미국 증시 움직임의 영향을 받는 VIX 특성상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대응이 힘든 데다 투자자들이 상품을 이해하기도 어려워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VIX ETN 4종목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12억원어치 거래되는 데 그쳤다. 상장 첫 달인 지난 5월에는 하루 평균 71억원어치 거래되며 주목받았지만 점차 거래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VIX는 미국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인 S&P500지수가 30일간 얼마나 움직일지에 대한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예상이 반영된 지수다. 주가지수가 급락하거나 불안하게 움직일수록 오르기 때문에 ‘공포 지수’로도 불린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N은 지금처럼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투자하기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당초 시장전문가들은 VIX ETN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지수의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주가가 하락하는 날 VIX ETN은 통상 지수 하락폭의 4배 정도 상승하고, 주가가 오르는 날은 시장의 3배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에 상장된 4개 종목 모두 미국 S&P500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만큼 수익을 내기 때문에 국내에선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게 한계로 꼽힌다. 한 증권사 ETN 담당자는 “VIX ETN은 선물을 팔고 다시 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단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며 “시차 때문에 단기 대응이 어려워 생각보다 투자자들의 반응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VIX ETN이 투자자들에게 낯선 상품인 데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관계자는 “올초 미국에서 역방향 VIX ETN이 청산되는 등 문제가 생기면서 투자자 보호 절차가 강화됐다”며 “이 때문에 각 증권사도 VIX ETN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