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박카스 29초영화제’ 시상식이 열린 2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뒤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 다섯 번째)과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이사(네 번째)가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제6회 박카스 29초영화제’ 시상식이 열린 2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뒤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 다섯 번째)과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이사(네 번째)가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무더위 속에서 농사일로 고생하는 부모님을 걱정하는 아내.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남편은 “멀쩡한 사위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라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이내 자신감은 수그러들고 만다. 엄청난 양의 농작물과 농사일을 마주하면서다. 고추를 옮기다 쏟는 등 실수도 연발한다. 겨우 일을 끝내자 장인의 한마디가 들려온다. “그나저나 내일은 옥수수를 따야 하는디….” 사위는 연신 진땀을 흘린다. 장인은 ‘껄껄’ 웃으며 사위에게 박카스를 건넨다.

장태원 감독이 ‘제6회 박카스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내 인생 가장 피로한 순간은 최고의 사위로 변신할 때다’다. 이 작품은 2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좋은 사위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익숙하지 않은 노동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함께 정을 나누고 진정한 가족이 된 기쁨 앞에선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이 영상은 이런 메시지와 감동을 잘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로한 순간 확 날리는 '박카스 같은 영상'… 연출·기획력 돋보였다
동아제약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는 ‘내 인생 가장 피로한 순간은 [ ](이)다’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대한민국 대표 피로회복제’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피로 해소를 돕는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박카스 29초영화제를 열었다. 우수 작품은 TV 광고로 활용해왔다.

이번 영화제 출품작은 박카스 29초영화제 첫회(1581편)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작년 508편에서 올해는 902편으로 출품작이 80% 늘었다. 일반부가 632편, 청소년부는 270편이었다. 아마추어 감독들의 영화제 참여 의지를 자극하는 공감형 주제인 데다 박카스를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 가운데 총 14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박동일 감독의 ‘내 인생에 가장 피로한 순간은 서로를 미워하는 순간이다’는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끌었다. 긴장감 흐르는 판문점에서 근무 중인 남과 북의 병사가 주인공이다. 양쪽 병사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다 남한 병사가 뭔가를 꺼내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다. 남한 병사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그러나 박카스 한 병. 북한 병사와 나눠 마시기 위해 꺼내든 것이다. 둘은 박카스를 들고 환하게 웃는다. 이 작품은 최근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부 대상은 박준성 감독의 ‘내 인생에 가장 피로한 순간은 없다’가 차지했다. 이 작품은 아무리 피곤해도 피로한 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호기로움과 열정을 잘 나타내 보였다. 보육원 아이들과 놀아주고 마을회관에서 노인들에게 봉사하는 한 학생. 하지만 학생의 성적은 형편없다. 성적표를 보니 힘도 안 나고 하루 종일 봉사활동을 하느라 기운도 없다. 그래도 그들이 고맙다며 건네는 박카스에 자꾸만 미소가 지어지고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내 생애 가장 필요한 순간은 전원을 끌 때이다’를 만든 박순찬 감독에게 돌아갔다. 가장 ‘피로’한 순간을 가장 ‘필요’한 순간으로 바꿔놓은 작품 구성과 감각이 돋보였다. 일에 열중하던 중 직장 선배에게 박카스를 건네받은 신입사원. 그는 하던 일을 마친 뒤 컴퓨터 전원을 끈다. 순간 긴장이 풀리며 하루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든다. 퇴근길에 ‘이제 마셔볼까’라며 박카스를 집어들자 거기엔 ‘수고했어’란 말과 함께 오늘까지 서류를 다 해놓으라는 쪽지가 붙어 있다. 신입사원은 급히 회사로 돌아가 다시 컴퓨터 전원을 켠다. ‘전원을 끌 때’가 가장 피곤하기도 했고, 가장 필요한 순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큰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도 있다. 청소년부 특별상을 받은 추서영 감독의 ‘내가 가장 피로한 순간은 너를 만날 때이다’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했다. 공원에서 책을 읽고 있는 ‘홍깨비’ 앞으로 어떤 여성이 반갑게 뛰어온다. “또 마주쳤네요. 완전 신기해”라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원작에서 여주인공이던 배우 김고은 씨의 역할을 ‘여장 남자’가 한 것.

이날 시상식에는 동아제약의 최호진 사장과 김학용 박카스사업부장, 한국경제신문사 이학영 이사와 조일훈 편집국 부국장, 수상자와 가족 등 1270여 명이 참석했다. 영화 ‘터널’ 등에 출연한 배우 이철민 씨는 특별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축하공연은 걸그룹 ‘드림캐쳐’가 선보였다. 수상자들에겐 일반부 대상 1000만원 등 총 3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