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 세팍타크로 대표팀 곽성호 감독의 말이다.
한국 여자 세팍타크로 대표팀은 22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에서 열린 팀 레구 결승에서 태국에 0-2로 져 은메달을 수확했다.
금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한국 세팍타크로가 세계 강호들이 몰려있는 아시안게임에서 2위에 오른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세팍타크로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 여자 팀 레구에 출전한 9개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7개 나라가 모두 이 지역 국가들이다.
그나마도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4전 전패를 당해 실질적으로 동남아 국가들에 대적할 만한 기량을 갖춘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했다.
우리가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팀 레구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에는 2002년, 2006년 대회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세팍타크로 저변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곽성호 감독은 "우리나라에 있는 선수들을 다 합쳐도 웬만한 동남아 국가의 한 지역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 대표팀 유동영 감독도 "국내 중고등학교 선수들까지 다 합쳐도 300명 정도 될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인도, 라오스 등을 제친 뒤 4강에서는 B조 1위를 차지한 강호 베트남까지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곽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자가 너무 많았다"며 "사실 4강에서 한계가 왔는데도 그 선수들을 뛰게 하는 감독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은 쿼드 경기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결승에 집중할 수 없었을 정도"라며 "그래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곽 감독은 "목표는 결승 진출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금메달 목표도 있었다"고 살짝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주장 김희진(34·경북도청)은 "기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즐거워했다.
김희진은 "선수들끼리 많이 의지하고 서로 다독여준 것이 은메달이라는 결실로 나온 것 같다"며 "결승전 내용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부상이 있으면서도 표현하지도 않고 훈련을 소화했다"고 힘들었던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또 "이번을 계기로 세팍타크로가 더 알려지면 좋겠다"며 비인기 종목 선수의 설움을 전한 뒤 동료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하죠?"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