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꼭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단위가 꽤 큰 수주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책마을] '근거 없는 자신감'이 반복되면 조직을 망친다
회사 경영진은 중간 관리자급 리더들에게 이런 낙관적인 얘기를 많이 듣는다. 상황이 좋지 않아도 ‘목표 매출 달성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에 경영진은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만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조직은 나태해지고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최고의 리더는 어떻게 변화를 이끄는가》의 저자 기무라 나오노리 도쿄 글로비스 경영대 교수는 이런 중간 관리자들을 “조직을 마비시키는 무책임한 낙관주의자들”이라고 질책한다. 이들은 조직의 위기를 수면 위로 드러내길 두려워하고 과감히 메스를 들이댈 용기조차 내지 못한다.

이 책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위기를 은폐하고만 있는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핵심은 중간 관리자급 리더들의 변화에 있다.

중간 관리자들은 현장을 직접 살펴볼 수 있고 경영진과도 연결돼 있다. 현장에서 올라오는 하부의 1차 정보와 상부의 1차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위치인 셈이다. 이 정보를 잘 파악하고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건 중간 관리자급 리더뿐이다.

중간 관리자가 됐다면 무조건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눈치 보지 않는 직원’이 될 용기를 지녀야 한다. 경영진이 “왼쪽”이라고 말하면 “저는 오른쪽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온실에서 자란 모범생 리더는 쓰라린 고통이 따르는 개혁을 실행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철저히 이용하고 기꺼이 이용당하라”고도 조언한다. 변화의 창문이 열릴 때를 대비해 언제든 무기로써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포섭하고, 중간 관리자 스스로가 조직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