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日 '잃어버린 20년' 닮아가는데… J노믹스 어디로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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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
국중호 지음 / 한경BP / 308쪽│1만6000원
J노믹스 vs 아베노믹스
방현철 지음 / 이콘 / 256쪽│1만5000원
국중호 지음 / 한경BP / 308쪽│1만6000원
J노믹스 vs 아베노믹스
방현철 지음 / 이콘 / 256쪽│1만5000원
한국 경제는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 경제와 닮아 있다고 한다. 일본은 1991년부터 2010년대 초까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아베 신조 총리 집권과 함께 ‘아베노믹스’를 꺼내든 일본은 장기 불황에서 발을 빼고 있지만 한국의 저성장 징후는 짙어지고 있다. 한국도 일본과 같은 길을 갈까.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한국과 일본의 ‘평행이론’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끈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시각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에 빗대 한국을 돌아보고 성장의 해법을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국제종합과학부 교수가 쓴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은 경제뿐 아니라 문화, 사회, 정치 측면에서 일본이 한국과 어떻게 다르고 그 차이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를 풀어낸다. ‘넓고 얕은’ 한국과 ‘좁고 깊은’ 일본, ‘디지털’ 한국과 ‘아날로그’ 일본, ‘흐름’의 한국과 ‘축적’의 일본으로 구분한다. 세 축은 경제에도 적용된다. 한·일 간 경제적 차이는 3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아베노믹스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경제성장률로 보면 ‘잃어버린 시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2.6%였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엔 1.6%에 불과했다. 저자는 “주가와 고용률이 상승했지만 성장률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며 “이자율이 낮은 상황에서의 금융 완화는 실물 투자 증대가 아니라 화폐 보유 증가로 이어져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특히 거품경제 붕괴 후 국가 부채가 크게 늘어난 일본의 전철을 한국이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일본의 국가 채무를 늘린 가장 큰 요인이었다. 저자는 “한국의 고령화는 일본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정부의 빚이 늘어나도 가계 금융자산이나 해외 자산이 많은 일본과 달리 한국의 가계부채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은 구인난 한국은 구직난’에 시달리는 현상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현실을 인지한 뒤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구인난은 저출산에 따른 연령대별 인구 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일본은 한국과 달리 지역경제가 발전했고 중소기업이 강하다는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축적의 일본은 기술을 쌓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강점이지만 속도감은 부족하다”며 “반면 흐름의 한국은 좋든 나쁘든 너무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는 만큼 ‘축적의 안정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직 일간지 기자가 쓴 《J노믹스 vs 아베노믹스》는 문재인 정부의 제이(J)노믹스와 아베노믹스의 바탕이 된 케인스주의를 기반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점검하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과는 차이를 보인다. 2013년 초 아베 총리는 한꺼번에 부러뜨리기 힘든 세 개의 화살로 자신의 경제정책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과감한 금융 완화, 두 번째는 적극적인 재정확대정책, 세 번째는 미래 성장전략이었다. 저자는 “‘세 개의 화살’이라는 비유를 꺼낸 순간 아베노믹스는 무미건조한 성장론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노믹스’는 스토리가 되는 순간 힘을 발휘할 동력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경우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이라는 구호는 있지만 성과가 미흡하고 통화, 금융정책에서의 입장도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아베노믹스에는 없고 J노믹스에만 있는 ‘대기업 표적 정책’도 언급한다. 저자는 “통화정책에 대한 단호한 방향 설정이 경제를 강력하게 추동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대기업 정책 관련은 “경쟁과 시장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운영 원리에 맞춰 움직이도록 가이드 역할만 해주면 된다”고 선을 긋는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한국은 ‘일본화’를 피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선진 경제라고 해서 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독일과 미국의 예를 들어 보여준다. “경제의 구조를 쉼없이 개선하고 기술혁신에 투자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희망은 있다고 얘기한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닉소노믹스’는 나쁜 경제정책으로 각인돼 있다. “닉소노믹스는 올라야 할 것들(증시, 기업이익, 소득, 생산성)은 떨어지고, 떨어져야 할 것들(실업, 물가, 금리)은 오르는 걸 뜻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을 딴 ‘레이거노믹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감세, 재정 삭감, 규제 완화를 추진해 경제성장률을 올렸고 일자리를 늘렸다. J노믹스는 어떤 길을 걸을 운명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국제종합과학부 교수가 쓴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은 경제뿐 아니라 문화, 사회, 정치 측면에서 일본이 한국과 어떻게 다르고 그 차이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를 풀어낸다. ‘넓고 얕은’ 한국과 ‘좁고 깊은’ 일본, ‘디지털’ 한국과 ‘아날로그’ 일본, ‘흐름’의 한국과 ‘축적’의 일본으로 구분한다. 세 축은 경제에도 적용된다. 한·일 간 경제적 차이는 3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아베노믹스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경제성장률로 보면 ‘잃어버린 시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2.6%였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엔 1.6%에 불과했다. 저자는 “주가와 고용률이 상승했지만 성장률이 높아진 것은 아니다”며 “이자율이 낮은 상황에서의 금융 완화는 실물 투자 증대가 아니라 화폐 보유 증가로 이어져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특히 거품경제 붕괴 후 국가 부채가 크게 늘어난 일본의 전철을 한국이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일본의 국가 채무를 늘린 가장 큰 요인이었다. 저자는 “한국의 고령화는 일본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정부의 빚이 늘어나도 가계 금융자산이나 해외 자산이 많은 일본과 달리 한국의 가계부채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은 구인난 한국은 구직난’에 시달리는 현상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현실을 인지한 뒤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구인난은 저출산에 따른 연령대별 인구 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일본은 한국과 달리 지역경제가 발전했고 중소기업이 강하다는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축적의 일본은 기술을 쌓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강점이지만 속도감은 부족하다”며 “반면 흐름의 한국은 좋든 나쁘든 너무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는 만큼 ‘축적의 안정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직 일간지 기자가 쓴 《J노믹스 vs 아베노믹스》는 문재인 정부의 제이(J)노믹스와 아베노믹스의 바탕이 된 케인스주의를 기반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점검하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과는 차이를 보인다. 2013년 초 아베 총리는 한꺼번에 부러뜨리기 힘든 세 개의 화살로 자신의 경제정책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과감한 금융 완화, 두 번째는 적극적인 재정확대정책, 세 번째는 미래 성장전략이었다. 저자는 “‘세 개의 화살’이라는 비유를 꺼낸 순간 아베노믹스는 무미건조한 성장론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노믹스’는 스토리가 되는 순간 힘을 발휘할 동력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경우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이라는 구호는 있지만 성과가 미흡하고 통화, 금융정책에서의 입장도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아베노믹스에는 없고 J노믹스에만 있는 ‘대기업 표적 정책’도 언급한다. 저자는 “통화정책에 대한 단호한 방향 설정이 경제를 강력하게 추동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대기업 정책 관련은 “경쟁과 시장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운영 원리에 맞춰 움직이도록 가이드 역할만 해주면 된다”고 선을 긋는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한국은 ‘일본화’를 피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선진 경제라고 해서 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독일과 미국의 예를 들어 보여준다. “경제의 구조를 쉼없이 개선하고 기술혁신에 투자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희망은 있다고 얘기한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닉소노믹스’는 나쁜 경제정책으로 각인돼 있다. “닉소노믹스는 올라야 할 것들(증시, 기업이익, 소득, 생산성)은 떨어지고, 떨어져야 할 것들(실업, 물가, 금리)은 오르는 걸 뜻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을 딴 ‘레이거노믹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감세, 재정 삭감, 규제 완화를 추진해 경제성장률을 올렸고 일자리를 늘렸다. J노믹스는 어떤 길을 걸을 운명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