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AIBA '갑질'에 눈물 흘리는 한국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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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BA, 대회 코앞에 두고 나동길 총감독 참가 제재
국제복싱협회(AIBA)의 비정상적인 행정 탓에 한국 복싱 국가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여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급제동이 걸렸다.
AIBA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11일 톰 버게츠 사무국장 명의로 하용환 대한복싱협회 회장 앞으로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나동길(57) 한국 복싱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AIBA가 정한 국제 지도자 필수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시안게임 코치 직무 수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일개 코치도 아니고 한국 남녀 국가대표팀을 총지휘하는 총감독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제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나 총감독이 국제 지도자 필수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므로 AIBA가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라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 교육에 참가하지 않은 책임을 나 총감독에게 돌릴 수는 없다.
또한 이는 AIBA의 2017년 3월 공문과도 모순되는 결정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나 총감독은 2017년 2월 한국 남녀 복싱 국가대표팀을 총괄하는 지도자로 선임됐다.
그에 앞서 그는 국가대표 후보 선수 코치(1996∼1999년), 국가대표 코치(2001∼2006년)를 거친 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다.
나 총감독 개인에게는 2010년 이후 만 6년 만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의 복귀였다.
그 긴 공백기 동안에 나 총감독은 AIBA의 국제 지도자 필수 교육에 참가하지 않았다.
참가할 이유가 없었다.
AIBA가 2010년부터 도입한 국제 지도자 교육은 일종의 운전면허 적성검사와 같은 개념이다.
나 총감독으로서는 2010년을 끝으로 물러난 뒤 다시는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다고 판단해 이 교육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후 전남 복싱의 부활을 이끈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6년 만에 노메달에 그치는 등 쇠락의 길을 걷는 한국 복싱을 다시 일으켜 세울 적임자로 선임됐다.
대한복싱협회는 2017년 2월 나 총감독을 선임한 뒤 그해 3월 AIBA에 나 총감독의 국제 지도자 자격에 대해 문의했다.
8월 독일 함부르크 세계선수권대회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IBA는 공문을 통해 "나 총감독이 다음 교육을 받을 때까지 국제 지도자 자격을 임시로 인정해주겠다"며 나 총감독의 지도자 자격을 회복시켜줬다.
"한국 복싱에 좋은 소식"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 총감독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다음 교육 일정이 잡히면 참가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 지도자 교육이 수시로 열리는 것은 아니었다.
2017년 3월 AIBA 공문 이후 나 총감독의 레벨에 해당하는 3-스타 코치 자격 코스는 개최되지 않았다.
그렇게 아시안게임까지 온 것이다.
나 총감독은 2017년 2월 선임된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 등 AIBA가 주관하는 총 6번의 국제대회에 헤드코치로 등록하고 참가해왔다.
어느 곳에서도 문제로 삼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 나 총감독 부임 이후 가장 큰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AIBA 측에서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지난 22일 한국 복싱 국가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이틀째 공식 훈련이 진행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 내 복싱 훈련장에서 만난 나 총감독은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무슨 죄입니까.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할까 봐 그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한복싱협회는 AIBA의 이번 결정을 '갑질'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협회는 AIBA에 서신을 보내 "이번 결정은 AIBA가 한국 복싱인들을 길들이기 위한 음모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 총감독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배제해 한국 복싱의 메달 획득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경우 AIBA는 이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협회는 "끝까지 나 총감독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제재한다면 AIBA의 이중적인 서신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내 AIBA의 비정상적인 행정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AIBA가 한국 복싱에 피해를 준 적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한국 복싱 최고의 경량급 선수인 신종훈(인천시청·49㎏급)이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신종훈은 AIBA가 복싱 인기 부활을 노리고 추진한 프로리그인 APB 계약을 어기고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2014년 말 1년 6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신종훈은 리우 올림픽 선발대회를 불과 사흘 앞두고 극적으로 징계가 풀렸다.
그 사흘 동안 신종훈은 선발대회 장소인 베네수엘라까지 20시간을 비행해서 체중까지 감량해야 했다.
신종훈은 "조금만 일찍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쏟으면서 대회를 준비했지만, 리우 올림픽 출전은 끝내 무산됐다.
한 선수의 꿈을 짓밟은 AIBA가 이제는 한국의 아시안게임 도전마저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AIBA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11일 톰 버게츠 사무국장 명의로 하용환 대한복싱협회 회장 앞으로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나동길(57) 한국 복싱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AIBA가 정한 국제 지도자 필수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시안게임 코치 직무 수행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일개 코치도 아니고 한국 남녀 국가대표팀을 총지휘하는 총감독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제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나 총감독이 국제 지도자 필수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므로 AIBA가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라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 교육에 참가하지 않은 책임을 나 총감독에게 돌릴 수는 없다.
또한 이는 AIBA의 2017년 3월 공문과도 모순되는 결정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나 총감독은 2017년 2월 한국 남녀 복싱 국가대표팀을 총괄하는 지도자로 선임됐다.
그에 앞서 그는 국가대표 후보 선수 코치(1996∼1999년), 국가대표 코치(2001∼2006년)를 거친 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다.
나 총감독 개인에게는 2010년 이후 만 6년 만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의 복귀였다.
그 긴 공백기 동안에 나 총감독은 AIBA의 국제 지도자 필수 교육에 참가하지 않았다.
참가할 이유가 없었다.
AIBA가 2010년부터 도입한 국제 지도자 교육은 일종의 운전면허 적성검사와 같은 개념이다.
나 총감독으로서는 2010년을 끝으로 물러난 뒤 다시는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다고 판단해 이 교육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후 전남 복싱의 부활을 이끈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6년 만에 노메달에 그치는 등 쇠락의 길을 걷는 한국 복싱을 다시 일으켜 세울 적임자로 선임됐다.
대한복싱협회는 2017년 2월 나 총감독을 선임한 뒤 그해 3월 AIBA에 나 총감독의 국제 지도자 자격에 대해 문의했다.
8월 독일 함부르크 세계선수권대회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IBA는 공문을 통해 "나 총감독이 다음 교육을 받을 때까지 국제 지도자 자격을 임시로 인정해주겠다"며 나 총감독의 지도자 자격을 회복시켜줬다.
"한국 복싱에 좋은 소식"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 총감독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다음 교육 일정이 잡히면 참가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 지도자 교육이 수시로 열리는 것은 아니었다.
2017년 3월 AIBA 공문 이후 나 총감독의 레벨에 해당하는 3-스타 코치 자격 코스는 개최되지 않았다.
그렇게 아시안게임까지 온 것이다.
나 총감독은 2017년 2월 선임된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 등 AIBA가 주관하는 총 6번의 국제대회에 헤드코치로 등록하고 참가해왔다.
어느 곳에서도 문제로 삼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 나 총감독 부임 이후 가장 큰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AIBA 측에서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지난 22일 한국 복싱 국가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이틀째 공식 훈련이 진행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 내 복싱 훈련장에서 만난 나 총감독은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무슨 죄입니까.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할까 봐 그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한복싱협회는 AIBA의 이번 결정을 '갑질'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협회는 AIBA에 서신을 보내 "이번 결정은 AIBA가 한국 복싱인들을 길들이기 위한 음모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 총감독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배제해 한국 복싱의 메달 획득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경우 AIBA는 이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협회는 "끝까지 나 총감독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제재한다면 AIBA의 이중적인 서신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내 AIBA의 비정상적인 행정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AIBA가 한국 복싱에 피해를 준 적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한국 복싱 최고의 경량급 선수인 신종훈(인천시청·49㎏급)이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신종훈은 AIBA가 복싱 인기 부활을 노리고 추진한 프로리그인 APB 계약을 어기고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2014년 말 1년 6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신종훈은 리우 올림픽 선발대회를 불과 사흘 앞두고 극적으로 징계가 풀렸다.
그 사흘 동안 신종훈은 선발대회 장소인 베네수엘라까지 20시간을 비행해서 체중까지 감량해야 했다.
신종훈은 "조금만 일찍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쏟으면서 대회를 준비했지만, 리우 올림픽 출전은 끝내 무산됐다.
한 선수의 꿈을 짓밟은 AIBA가 이제는 한국의 아시안게임 도전마저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