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가 난 지 사흘째인 23일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에 차려진 희생자 9명의 합동분향소는 적막했다.
전날 오후 8시가 넘어 차려진 분향소에는 이날 오전까지 희생자 친인척과 지인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희생자 9명의 영정 앞에는 조문객들이 두고 간 하얀 국화꽃이 나란히 놓였다.
세일전자 협력업체 직원으로 최종검사팀에서 일하다가 숨진 희생자 A(54·여)씨의 교회 지인들은 아침 일찍부터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A씨 지인은 "부부가 둘 다 교회 집사로 인품이 좋으신 분이었다"며 "갑작스러운 소식에 너무 놀랐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병원에 각각 차려진 빈소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개인 조문객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4층 식당에서 숨진 채 발견된 B(63·여)씨 친언니는 밤새 뜬눈으로 빈소를 지킨 뒤에도 계속 눈물을 삼켰다. 2년 넘게 세일전자 식당 주방장으로 일한 B씨는 화재 당일도 직원 200여명의 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남편은 늘상 하던 대로 B씨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아내를 데리러 갔지만 공장에서는 시커먼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했다.
B씨 언니는 "불길은 번질 대로 번졌고 형부가 전화해보니 이미 전화기는 꺼져 있었대요"라며 "호텔 조리사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나서 다시 좋아하는 일 하고 싶다고 시작했던 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평소에도 '내가 맡은 일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겠다'며 일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친 자랑스런 동생이었다고 언니는 전했다.
지방에 있던 삼 남매는 갑작스러운 참사로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입사 4개월 만에 화재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세일전자 협력업체 직원 C(24·여)씨의 빈소도 침통한 표정의 유족들이 자리를 지켰다.
희생자 9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이 분향소는 일단 구체적으로 정해진 기한 없이 운영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이 규명되고 사고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발인을 치르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화재는 21일 오후 3시 43분께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 4층 검사실과 식당 사이 복도 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불로 A(53·여)씨 등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공장 내부에 휴대전화 부품 등을 세척할 때 쓰는 인화 물질과 제품 포장용 박스가 쌓여있던 탓에 불이 빨리 퍼지고 유독가스도 대거 발생해 인명피해 규모가 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