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지금은 왕치산 나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국면"
"'소방수' 왕치산, 미중 무역전쟁서 존재감 없어"
중국의 국가적 위기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 '소방수'로 불려온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2년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등 위기 때마다 전면에서 사태 해결을 진두지휘해 '소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부총리로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끌었고,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후에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아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을 총지휘했다.

20여 년 동안 경제·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미국 내 인맥도 많기에 이번 무역전쟁에서 왕 부주석이 다시 한번 '소방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선포한 지 수개월이 지나고 미국의 '관세폭탄'이 날로 심각해지지만 왕 부주석은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SCMP에 "최근 왕 부주석을 만나 무역전쟁에 관해 물었지만, 그는 자신이 대미 외교정책이나 무역전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 않으며 부주석 역할만 수행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이 신경 쓰는 국내 문제에 더 주안점을 두는 것으로 보였다"며 "왕 부주석이 기용된 것은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왕치산의 '부재'에 대해 국가부주석인 왕치산이 섣불리 무역전쟁 전면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중국 지도부가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로버트 서터 교수는 "왕치산이 워싱턴에 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로서 대실패가 될 수 있다"며 "아마 그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청 리 연구원은 "중국은 왕치산의 (워싱턴) 방문이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지길 원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떠한 예측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은 왕 부주석이 오랫동안 미중 전략대화를 이끌어왔고, 시 주석의 측근이기도 한 만큼 무역협상에서 간접적이나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