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013년 집권한 이후 절대 빈곤층이 급증하면서 생긴 용어입니다. 전체 국민의 1인당 평균 몸무게가 지난 1년간 10kg 이상 줄었다고 합니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썩은 음식이라도 찾는 게 일상이 됐지요.

이 나라 지폐는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무려 100만%입니다. 두 손에 들기 어려울 정도의 지폐 다발을 들고 상가를 찾더라도 빵 한 조각 사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은 생존을 위해 주변 국가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고국을 떠난 국민이 23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입니다. 하지만 돌팔매질을 당해 발길을 돌리거나 범죄의 표적으로 전락하고 있지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게다가 요즘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를 넘을 정도로 회복됐는데 말이죠.

베네수엘라가 남미 최빈국 대열에 들어설 조짐을 보인 건 불과 5~6년밖에 안됩니다.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였죠.

마두로 대통령은 반미좌파 포퓰리즘의 대부(代父) 격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적통을 이어받은 인물입니다. 1999년 정권을 거머쥔 차베스는 2013년 갑작스런 사망 전까지 장기 집권했지요. 다만 이 기간 중엔 경제가 그닥 나쁘지 않았습니다.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20달러를 넘을 정도로 고공행진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산업혁신이나 경제개혁은 등한시한 채 마약에 취한 것처럼 고유가의 과실만 따먹었던 겁니다.

차베스의 열렬한 지지자인 마두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무상 교육과 복지 확대, 주요 산업 국유화 등 전형적인 좌파 정책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이전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요. 그의 재임기간 국내총생산(GDP)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국 내에선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버스 운전사였다가 노조위원장을 거쳐 외무장관까지 역임했으니까요. 하지만 경제엔 문외한입니다. 대부분의 국민을 가난하게 만든 마두로 대통령이 최근 내놓은 해법도 놀랍습니다. 새 돈을 찍어내고 최저임금을 60배 인상키로 한 것이죠. ‘베네수엘라판 소득주도 성장’입니다. 그러면서 경제 위기를 “보수 기득권층과 미국 탓”으로 돌렸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또 다시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상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정책의 실패가 짧은 기간에 경제를 얼마나 망쳐놓을 수 있는 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지요. 반면교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