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에서 심사철회를 결정한 기업은 총 6개다.
지난 상반기엔 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오알켐 뿐이었지만, 하반기 이후 비올 그린페이퍼머티리얼홀딩스 진셀팜 트윔 비에이엔터도 심사 철회를 결정하면서 기업 수가 6개로 늘어났다.
이들 기업은 통상 심사기간(45일)이 지났음에도 아직 제출서류 검토, 추가서류 제출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코스닥 상장을 위한 심사 절차는 심사청구-제출서류검토-대표주관회사 면담-현지 심사-추가서류제출 및 검토-심사결과 통보로 총 6단계를 밟게 된다.
지난 2월에 심사청구한 싸이토젠은 마지막 단계인 '추가서류제출 및 검토'가 진행 중이다. 심사에만 6개월(180일)이 걸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장에 재도전하는 홍콩 기업 윙입푸드는 지난 6월 심사를 청구했지만 아직 제출서류검토 단계를 밟고 있다.
특히, 바이오기업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태로 감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싸이토젠을 비롯해 전진바이오팜 노브메타파마 디알젬 엘앤씨바이오 셀리버리가 여기에 해당된다.
IB업계 고위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여파로 바이오 기업의 감리가 길어지면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적시에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향후 심사 철회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심사철회 기업 수가 지난해(13개)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심사기간(45일)을 넘긴 심사지연 기업이 14개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또 올해 상반기 IPO 기업 수가 17개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만큼 하반기에 상장 희망 기업들이 몰릴 것이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심사 철회 기업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상장 절차가 변경되서다. 예비심사 청구기업에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식으로 바뀌었다. 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결정을 내리면 코스닥위원회가 자동으로 재심에 들어간다. 코스닥위원회도 미승인 의견을 제시해야 미승인이 확정되는 방식이다. 과거엔 미승인을 받은 기업은 거래소를 상대로 이의신청을 해야 재심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에 업계에선 심사 철회를 하거나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기업들은 사실상 미승인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상장 절차를 바꿔 되도록이면 미승인이 나오지 않도록 심사 절차를 변경했다"며 "최근 심사 철회를 자발적으로 하는 기업들이나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회사는 사실상 미승인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말도 나돈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심의위원회에도 상장위원회 위원들이 4~5명 포함되는 만큼 재심사를 받더라도 또 미승인이 날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자진철회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기조로 앞으로도 올해 코스닥 상장 미승인 기업은 0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