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 백연리 고랭지 노지 포도밭에서 한 농부가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 백연리 고랭지 노지 포도밭에서 한 농부가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석을 한 달 앞두고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폭염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과일과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정부는 저장물량을 푸는 한편 추석 전 물가안정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포도 2kg(거봉, 上品) 도매가격은 1만2600원으로 평년(최근 5년 가격 평균)보다 약 17% 올랐다. 가장 수요가 많은 포도 2kg 중품(中品) 도매가 역시 15% 뛰었다.

제철을 맞은 복숭아는 가격이 훨씬 더 올랐다. 복숭아 4.5kg(上品) 도매가격은 2만6600원으로 평년에 비해 52%나 올랐다. 1년 전에 비해서도 55%나 비싸다. 보통 1만3000원대에서 형성되던 복숭아 4.5kg 중품 가격도 2만원대로 올라섰다.

캠벨얼리 포도종과 거봉 그리고 복숭아는 지금이 제철인데, 무더위와 태풍이 수확시기와 겹쳤다. 지난달 캠벨얼리 포도2kg은 평균 1만200원에 거래돼 전년 동기 대비 12% 높았다. 거봉도 1만3000원으로 11%나 비싸게 거래됐다.

충북 옥천과 영동, 강원도 일대, 경북 김천이 주요 산지인 이들 포도는 지난 여름 찜통더위로 생육이 좋지 못하고 착색도 불량해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한창 수확해야 할 시기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출하량이 급감했다. 현재 폭염으로 인한 전국의 농작물 피해 면적은 2334.8㏊로, 그중 사과와 포도 등 과수 농가의 피해가 1105.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캠벨얼리 포도 도매가격은 출하량 감소로 전년 동기보다 약 2000원 비싼 2만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대형마트에서도 가격이 올랐다.

이마트에서는 거봉 2kg 가격이 1만3900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2000원 비싸졌다. 롯데마트에서도 거봉 2kg이 1만900원, 국산 청포도 1.5kg이 9900원, 캠벨포도 1.5kg이 999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0~2000원 올랐다.

이들 포도는 대부분 하우스 재배로, 노지포도는 태풍으로 거두지 못했거나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한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상추, 시금치, 깻잎 같은 채소들이다.

한 달 전 2만5000원대였던 시금치 4kg 도매가격은 현재 7만5000원으로 3배 뛰었다. 이마저도 도매상들 사이에선 물량이 없어서 못구한다는 말이 나온다.

상추 역시 1개월 전 2만1000원대였던 4kg 도매가격이 지금은 4만8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평년에 비해서도 68%나 뛰었다.

상추, 시금치 같은 잎채소는 적당한 일조량과 일교차 같은 생육 환경이 중요한데 최근 무더위와 태풍으로 수확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추석을 앞두고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폭염 등 재해에 취약한 노지 채소를 대상으로 재해보험 품목을 늘리고 보험료율을 조정해 농가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로 결정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배추의 경우 서울 가락시장에 하루 500t가량이 출하돼야 정상이지만 매일 100t가량 부족해 정부 비축분에서 100t을 방출 중"이라며 "폭염이 더 지속되면 피해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우려돼 특단의 조치를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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