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역 조건이 3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됐다.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수입단가가 오른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8년 7월 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92.94로 2014년 11월(92.40)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9.7% 떨어졌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 양을 뜻한다. 이 지수의 기준 시점인 2010년에 100만원어치를 수출해 그 금액 가치만큼 수입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100만원어치를 수출하더라도 92만원어치만 수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이어왔다. 한국은행은 교역조건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유가 상승을 꼽았다. 국제 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 기준으로 1년 전보다 40.1%가량 뛰었다.

실제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45.79로 지난해 7월보다 1.6% 올랐다. 수출 물량이 많이 늘어난 덕분이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세가 이어졌다. 수출물량지수는 156.86으로 1년 전보다 12.5% 상승했다.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9월(162.39) 후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포함한 일반기계가 24.9% 증가했다. 반면 수송장비(-6.8%)는 두 달째 마이너스를 보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