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진 장단기 국채 금리差는 위기징후?… 파월 "침체 신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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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경기확장 막바지"
1960년대 이후 국채 장단기 금리차
역전 9번 중 7번 침체 뒤따라
Fed는 "지금은 상황 달라"
美 물가 상승 완만한 상황
GDP 증가율·실업률도 좋아
"각국 연기금, 美 장기국채 투자 10년물 수익률 비정상적 낮춰"
1960년대 이후 국채 장단기 금리차
역전 9번 중 7번 침체 뒤따라
Fed는 "지금은 상황 달라"
美 물가 상승 완만한 상황
GDP 증가율·실업률도 좋아
"각국 연기금, 美 장기국채 투자 10년물 수익률 비정상적 낮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수익률곡선(yield curve) 평탄화가 암시하는 위험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 공개된 8월 FOMC 의사록과 관련해 이같이 평가했다. 10년물 장기 국채와 2년물 단기 국채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평평해진 수익률곡선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시작됐다. 최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미·중 통상전쟁의 우려가 커지고 연 3%에 달하던 10년물 금리가 연 2.8%로 떨어지자 다시 입에 오르내리는 모양새다. 다만 미 경기가 좋은 만큼 수익률곡선의 평탄화를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은 소수에 그쳤다. ◆“경기 꺾일 때 됐다는 신호다”
장기 금리는 통상 단기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보유기간이 길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에 한 번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에 가까워지는 수익률곡선 평탄화와 이를 넘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은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수익률곡선 평탄화를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제분석가가 적지 않다. 장·단기 금리차가 줄면 단기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빌려주는 은행 마진이 축소되고 금융여건 악화가 투자 위축과 경기 침체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집계한 결과 장·단기 금리 역전은 아홉 번 있었고 그 가운데 일곱 번의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은 2009년부터 확장돼온 미국 경기상승 사이클이 마지막 단계에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증시가 22일 사상 최장의 강세장 기록을 세운 데 대해서도 ‘꺾일 때가 됐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21일 “미 증시에서 약세 흐름이 끝난 지 10년이 흘렀다”며 “장세 전환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3.9%(7월)인 실업률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리차 좁혀져도 침체 기미 없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3월 FOMC 뒤 “수익률곡선 평탄화가 침체 조짐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통제에서 벗어나 꼭 긴축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침체에 들어간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금리 역전이 침체 전조로 여겨지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6월 Fed 목표치인 2%에 처음 도달했다. Fed는 유례없이 천천히 금리를 올리고 있다. 2016년 12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일곱 번에 걸쳐 1.75%포인트 올렸다. 1994~1995년 3%포인트, 2004~2006년 4.25%포인트 인상했던 것과 차이가 확연하다.
이뿐만 아니라 2분기 연율 4.1%(전 분기 대비)에 달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3%대의 실업률 등은 여전히 미 경기가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은 “1~2년 뒤 침체를 예고하는 징후들이 아직 없다”며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려면 2년 정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요인인 가계와 기업 부채 부담도 과거처럼 크지 않다. 미국의 기업 부채(금융회사 제외)는 2008년 말 6조5705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9조572억달러로 늘었지만 금리가 낮아 상환 부담은 훨씬 적다. 미 기업의 2017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41.0%로 2001년 46.6%, 2008년 44.4% 대비 낮아졌다.
◆침체 아닌데 수익률곡선 평탄화 이유는
수익률곡선 평탄화의 원인으론 제일 먼저 장기 국채 금리의 비정상적인 하락이 꼽힌다. 세계 각국의 연기금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독일, 일본 등에 비해 월등히 금리가 높은 미 국채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투자 및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거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비정상적으로 낮춰 수익률곡선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기물 금리는 미 재무부의 단기채권 발행 증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으로 상승세다. 밥 마이클 JP모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수익률곡선의 평탄화가 반드시 경기 둔화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며 “Fed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논쟁은 2005년에도 있었다. Fed가 2004년부터 금리를 올리자 2005년 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당시에도 “침체가 곧 올 것”이라는 주장과 “이번에는 다르다”는 견해가 맞섰다. 하지만 논쟁은 길어졌고 2년가량 지난 2007년 하반기에야 침체가 시작됐다. 이에 대응해 Fed가 금리를 다시 낮춘 게 2007년 9월이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 공개된 8월 FOMC 의사록과 관련해 이같이 평가했다. 10년물 장기 국채와 2년물 단기 국채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평평해진 수익률곡선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시작됐다. 최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미·중 통상전쟁의 우려가 커지고 연 3%에 달하던 10년물 금리가 연 2.8%로 떨어지자 다시 입에 오르내리는 모양새다. 다만 미 경기가 좋은 만큼 수익률곡선의 평탄화를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은 소수에 그쳤다. ◆“경기 꺾일 때 됐다는 신호다”
장기 금리는 통상 단기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보유기간이 길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에 한 번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에 가까워지는 수익률곡선 평탄화와 이를 넘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은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수익률곡선 평탄화를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제분석가가 적지 않다. 장·단기 금리차가 줄면 단기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빌려주는 은행 마진이 축소되고 금융여건 악화가 투자 위축과 경기 침체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집계한 결과 장·단기 금리 역전은 아홉 번 있었고 그 가운데 일곱 번의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은 2009년부터 확장돼온 미국 경기상승 사이클이 마지막 단계에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증시가 22일 사상 최장의 강세장 기록을 세운 데 대해서도 ‘꺾일 때가 됐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21일 “미 증시에서 약세 흐름이 끝난 지 10년이 흘렀다”며 “장세 전환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3.9%(7월)인 실업률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리차 좁혀져도 침체 기미 없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3월 FOMC 뒤 “수익률곡선 평탄화가 침체 조짐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통제에서 벗어나 꼭 긴축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침체에 들어간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금리 역전이 침체 전조로 여겨지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6월 Fed 목표치인 2%에 처음 도달했다. Fed는 유례없이 천천히 금리를 올리고 있다. 2016년 12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일곱 번에 걸쳐 1.75%포인트 올렸다. 1994~1995년 3%포인트, 2004~2006년 4.25%포인트 인상했던 것과 차이가 확연하다.
이뿐만 아니라 2분기 연율 4.1%(전 분기 대비)에 달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3%대의 실업률 등은 여전히 미 경기가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은 “1~2년 뒤 침체를 예고하는 징후들이 아직 없다”며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려면 2년 정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요인인 가계와 기업 부채 부담도 과거처럼 크지 않다. 미국의 기업 부채(금융회사 제외)는 2008년 말 6조5705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9조572억달러로 늘었지만 금리가 낮아 상환 부담은 훨씬 적다. 미 기업의 2017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41.0%로 2001년 46.6%, 2008년 44.4% 대비 낮아졌다.
◆침체 아닌데 수익률곡선 평탄화 이유는
수익률곡선 평탄화의 원인으론 제일 먼저 장기 국채 금리의 비정상적인 하락이 꼽힌다. 세계 각국의 연기금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독일, 일본 등에 비해 월등히 금리가 높은 미 국채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투자 및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거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비정상적으로 낮춰 수익률곡선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기물 금리는 미 재무부의 단기채권 발행 증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으로 상승세다. 밥 마이클 JP모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수익률곡선의 평탄화가 반드시 경기 둔화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며 “Fed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논쟁은 2005년에도 있었다. Fed가 2004년부터 금리를 올리자 2005년 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당시에도 “침체가 곧 올 것”이라는 주장과 “이번에는 다르다”는 견해가 맞섰다. 하지만 논쟁은 길어졌고 2년가량 지난 2007년 하반기에야 침체가 시작됐다. 이에 대응해 Fed가 금리를 다시 낮춘 게 2007년 9월이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