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승엽이 4번 후계자 박병호에게 "편해졌으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 야구 대표팀에서 4번 타자 중책은 박병호(32·넥센 히어로즈)가 맡는다.

선동열 감독은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라와망운 야구장에서 대표팀의 첫 공식 훈련을 지휘한 뒤 타순 구상을 밝혔다.

선 감독은 "테이블 세터는 이정후-손아섭에 김하성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중심타선은 김현수-박병호-김재환으로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전망과 일치하는 중심타선 조합이다.

좌타자인 김현수와 김재환을 우타자인 박병호 앞뒤로 배치하면 좌타자와 우타자가 지그재그로 늘어선 중심타선이 완성된다.

김현수, 김재환도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결정적일 때 큰 것 한 방을 쳐줄 4번 타자로는 박병호가 제격이다.

메이저리그를 거쳐 올해 KBO리그에 복귀한 박병호는 정규리그에서 타율 0.341, 33홈런, 91타점을 올렸다.

부상으로 한 달을 쉬고도 특유의 몰아치기로 홈런왕 경쟁에 뛰어든 박병호는 홈런 순위를 공동 2위까지 끌어올린 뒤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10개 구단 최고의 타자들로 구성된 대표팀에서 4번 타자로 뽑혔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고 타자라는 상징성이 있다.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큰 자리다.

더군다나 이번 대표팀은 출범 때부터 병역 특례 혜택과 관련한 선수 선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에 4번 타자가 심리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은 예전보다 더욱 커졌다.

홈런왕 계보에 이어 국가대표팀 4번 타자의 배턴을 이어받은 박병호를 바라보는 이승엽 SBS 특별 해설위원의 눈빛은 그래서 더욱 애틋했다.
[아시안게임] 이승엽이 4번 후계자 박병호에게 "편해졌으면"
이 위원은 국제대회에서 4번 타자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국 야구의 레전드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극적인 역전 투런포를 터트린 뒤 그동안의 부진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국제대회에서 개인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다른 팀은 박병호를 경계할 테고, 박병호 덕에 다른 타자가 조금 더 편하게 타석에 설 것이다.

박병호는 존재만으로도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나는 그렇지 못했지만, (박)병호는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좋겠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심전심이었다.

박병호는 4번 타자의 책임감보다는 함께 뛰는 동료들을 앞세웠다.

박병호는 4번 타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매 경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그리고 득점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나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들이 뭉쳤다.

경기에서 각자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이승엽이 4번 후계자 박병호에게 "편해졌으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