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지업체들이 중국의 폐지(고지) 수입 제한, 포장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등 제지업체와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등 골판지 업체들이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도 증가세를 보였다. 매출 규모가 적은 업체들은 수요 감소,경쟁 심화 등으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폐지 수입 제한 덕 봐

제지산업은 펄프와 폐지를 주원료로 해 각종 종이류와 판지류를 생산한다.시설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전형적인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이다. 종이류는 쓰임에 따라 신문용지, 인쇄용지, 포장용지,위생용지,골판지원지 등으로 나뉜다.인쇄용지는 펄프를 원재료로 도서 노트 다이어리에 사용되는 백상지(백색종이)와 백상지 표면을 코팅해 잡지 캘린더 팜플렛 쇼핑백 등에 사용하는 아트지 등이 있다.

중국의 폐지 수입 제한 조치 덕분에 국내 제지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 폐지 수입량 1위인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해 국내 폐지 가격이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폐지 수입도 늘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해 말 ㎏당 260원선이던 국내 폐지 가격은 2분기 현재 150원대다. 한솔제지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한 4825억원, 영업이익은 53.6% 증가한 425억원을 기록한 것도 폐지 가격 하락 영향이 크다.

다만 펄프가격 변동은 여전히 제지업체 실적의 주요 변수다.국내 제지업체들은 주원료인 펄프를 캐나다, 미국, 인도네시아, 칠레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올들어 국제 펄프 시세는 고공 행진 중이다.아트지, 백상지 등 인쇄용지 업체인 무림페이퍼는 계열사인 무림피앤피(P&P)를 통해

전체 펄프 수요의 40%를 충당하고 있다. 무림피앤피는 국내 유일의 표백화학펄프 제조업체다.무림피앤피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32억원, 293억원으로 작년 2분기에 비해 9.0%,285.5% 늘었다.

신문용지 업계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전주페이퍼 대한제지 나투라페이퍼(페이퍼코리아) 3개사가 과점 형태로 점유하고 있다.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신문용지 업체들의 주력 업종 전환(종이포장재 생산), 미국의 캐나다산 신문용지에 대해 반덤핑 제소 등으로 신문용지의 수급 불균형에 따라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다만 페이퍼코리아는 전북 군산 공장의 종이생산기계(초지기)를 새만금 인근 신공장으로 옮기면서 2분기 매출이 1151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8.3% 줄었다.

◆골판지 상자 수요 증가

골판지 원지는 표면지와 골심지 안쪽의 이면지 등 3겹으로 이뤄져 있다. 골판지원지는 수직 계열화를 이룬 아세아제지계열(아세아제지·경산제지), 신대양제지계열(신대양제지·대양제지), 삼보판지계열(대림제지·고려제지), 태림포장계열(태림페이퍼·월산페이퍼·동원페이퍼), 한국수출포장 등 5대 업체가 주축이다.5개 대형사들이 골판지 시장의 6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아세아제지는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9% 늘어난 199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24억원 흑자전환했다.신대양제지도 아세아제지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1882억원)과 영업이익(380억원)을 보였다.골판지원지 시장은 택배 시장규모 확대와 온라인 및 홈쇼핑 수요 증가, 농산물 포장 확대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의 폐지 수입 제한으로 폐골판지 가격이 안정된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제지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강력한 환경정책으로 인해 폐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택배서비스가 다양화되고 포장 산업이 발달해 골판지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