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칼럼] 올여름은 왜 그렇게 더웠을까?
사상 초유의 폭염과 가뭄 속에서 한가닥 빗줄기도 아쉬웠던 올여름이 태풍 솔릭으로 마감되는 것 같다. 과거에도 혹서기는 많이 경험했지만 금년의 패턴은 많이 달랐다. 장마가 일찌감치 물러가고 몇 차례의 태풍이 비켜가면서 바람과 열이 꽁꽁 묶여 한반도는 화상을 입었고, 한국은 폭염의 포로가 됐다.

그 원인으로 고온주기설, 기류배치이상설, 북극진동설 등 자연재해설이 있지만 가장 공감을 얻는 주장은 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설이다. 즉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유발한 인간 재해라는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기온 상승 효과가 벌목 사막화로 야기되는 태양광 반사와 이에 따른 기온 하락 효과의 세 배에 달한다는 게 미국 환경부의 조사 결과다. 또 이는 지구의 빙상과 빙하의 양에 직접 영향을 미쳐 지난 40여 년간 북극 해빙은 10년에 3.5~4.1%의 비율로 늘어났다고 한다.

북극은 거대한 빙량의 태양광 반사 효과로 지구 평균 기온,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의 기온 상승을 막아왔는데 그 역할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중국, 4위인 러시아, 5위인 일본, 7위인 한국이 이 지역에 있다.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40% 수준이다. 그래서 이 지역의 기후변화가 특히 심하고 중국, 일본, 한국의 올여름 폭염이 가장 강했고 오래 갔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 지역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높은 탄소 배출량으로 인해 타 지역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온도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고온 현상은 금년 한 해의 문제가 아니다. 또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태풍의 강도 및 지속 기간과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폭염, 혹한, 홍수, 가뭄 등을 우리는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필요하면 법과 제도도 바꿔야 할 것이다.

영국은 기후변화를 전담하는 ‘기후변화에너지부’라는 명칭의 정부 기구를 설치한 적이 있다. 우리도 이제 온난화 문제를 기상재해 대책 차원보다는 국가시스템 운영 차원에서 종합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부문은 에너지다.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공급 및 수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 사용 요금 체계도 이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에너지 절감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작물이나 어족, 조류 등의 생태계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작황 부진에 따른 농업 및 물가 문제와 주산지 이동과 이에 따른 유통 경로의 변경, 수온 상승에 따른 어민 피해, 또 철새가 텃새가 되면서 발생하는 조류 생태계의 변화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이미 한라봉과 무화과의 주산지가 내륙으로 올라오고 사과는 대구에서 포천 등으로 재배지가 확산됐다.

근로시간 등 노동문제도 새로운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서머타임제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고 이로 인한 근로 피로도 문제와 중국에서처럼 폭염에 따른 야외 근로자의 ‘고온 수당’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기후 난민 증가에 따른 고용 문제도 사전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건축·부동산 부문이나 도시 설계 분야도 에너지 효율형으로 큰 변화가 따를 것이다. 아열대 속에서 노인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도록 하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 폭염, 혹한 피해에 따른 새로운 금융·보험 상품의 등장, 여름이면 휴가를 국외로 나가려는 경향, 의료 부문의 열대성 질환 증가 등 사회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챙겨 나가야 한다.

이런 각 부문의 변화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혁신적 기술과 시스템 및 상품은 수출도 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명 피해 250만 명, 경제손실 4조달러가 발생했으며,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후 재앙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국가적 예지를 결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