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통계 표본 논란 속 통계청장 13개월만에 경질
분기 가계소득조사 폐지→유지 전환…'표본 확대로 저소득층 소득↓' 논란

소득 통계 지표가 악화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황수경 통계청장을 전격 경질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황수경(55) 통계청장을 면직하고 강신욱(5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을 후임 청장으로 임명하는 차관급 인사를 26일 발표했다.

황 청장은 작년 7월 취임해 13개월 남짓 재직했다.

최근 통계청을 이끈 전임자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재임 기간이 짧다.

유경준 전 청장은 약 2년 1개월, 박형수 전 청장은 약 2년 2개월간 재직했다.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련의 논란·혼선이 인사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은 올해 들어 분기별 소득조사의 표본을 5천500가구에서 8천 가구로 확대했는데 소득 분배 지표가 급격히 악화한 것과 맞물려 표본 설계의 적절성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올해 1분기 조사에서 전국 가구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이 5.95배를 기록하면서 2003년 조사 시작 후 소득 분배 불평등이 가장 커진 것으로 나왔다.

통계청이 올해 조사 표본을 대폭 확대하는 과정에서 소득이 낮은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으며, 이로 인해 저소득층 소득이 실제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고 분배지표도 악화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은 표본 확대 과정에서 "2017년에 비해 고령층 가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효표본 중 새로 표본이 된 가구의 비중(가중치 적용 시)이 1분기에는 48.6%, 2분기에는 57.5%에 달하는 등 표본의 질적 구성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은 이런 점을 고려해 작년 조사 결과와 올해 조사 결과를 비교할 때 각별하게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2분기 연속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고 분배지표가 심각하게 악화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라 표본을 급격하게 확대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소득통계 표본 논란 속 통계청장 13개월만에 경질
앞서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한 직후 통계청 측의 대응과 청와대의 추가 분석 결과 발표 과정에서도 혼란이 있었다.

1분위(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급감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회복(증가)했고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고 청와대 측은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가계동향조사를 담당한 통계청 과장(이후 보직 교체)은 원시자료(마이크로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해 청와대 발표의 근거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논란이 커지자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다음 날 마이크로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통계청은 애초에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기별로 공표하는 가계소득 통계를 2017년까지만 작성하기로 했으나 황 청장 취임 후 정치권 및 학계 등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올해도 계속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통계청이 연 1회 실시하는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한 소득통계에서 파악된 가계소득과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한 소득통계 수치의 차이가 커서 정합성 논란이 있었다.

이 때문에 분기별 가계소득 통계를 폐지하기로 전임자 시절 결정했으나 황 청장 취임 후 이를 번복한 것이다.

일련의 논란 속에 황 청장이 사의를 표명했거나 황 청장의 의사와 별개로 청와대 측이 통계청장 경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통계청이 정책 수립에 필요한 지표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발탁 인사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청장 교체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임 강 청장은 사회보장 정책 등을 장기간 연구한 전문가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프로그램이 다면적·확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공감대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통계 부실이나 신뢰성 논란을 극복하고 사회정책과 관련된 통계를 충실하게 개발하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며 정부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책을 가속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