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면적 84㎡ 실거래가 기준 서울 최고가 아파트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한경DB
전용면적 84㎡ 실거래가 기준 서울 최고가 아파트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한경DB
올해 서울에서 11개 아파트 단지의 전용면적 84㎡ 주택형이 20억원을 넘겨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강남권의 아파트로 이 중 일부 단지는 3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소형 아파트값 상승세도 가팔라지면서 이들 단지 전용 59㎡ 매매가격은 1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20억원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제 아파트’ 속출

26일 아파트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주까지(실거래신고 기준) 서울에서 전용 84㎡ 매매가격이 20억원을 넘은 곳은 모두 11개 단지다. 15억원을 넘은 곳은 모두 42곳이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7억3821만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2016년 준공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이달 27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아직 실거래가 신고되지 않았지만 한강 조망 중층 매물이 최근 29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같은 주택형이 28억원과 28억1000만원에 각각 거래된 데 이어 신기록을 다시 작성했다. 요즘은 31억원을 호가한다.
압구정동 ‘현대14차’가 뒤를 이었다. 이 단지는 올초 25억원에 손바뀜했다. 1987년 준공된 이 단지는 동호대교와 성수대교 사이에 있는 다른 아파트들과 함께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압구정3구역으로 묶였다. 현대1~7차와 10·13차, 현대·대림빌라트, 대림아크로빌 등과 함께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최근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동의율 53%를 확보하고 강남구에 추진위 승인 신청을 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을 덜기 위해 1 대 1 재건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1기 재건축’ 아파트로 통하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 전용 84㎡도 나란히 20억원 선을 넘겼다.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퍼스티지는 24억2500만원에,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는 22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대치동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4월 22억8500만원에 실거래돼 서울에서 네 번째로 비싼 아파트가 됐다.

강북에선 성수동 ‘트리마제’의 전용 84㎡ 매매가격이 유일하게 20억원 선을 넘겼다. 한강을 남향으로 조망하는 데다 서울숲을 끼고 있고, 강남이 가까워 자산가와 연예인 등에게 인기 있는 아파트다. 조식을 비롯해 청소 등 호텔식 주거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강북 전용 59㎡도 속속 10억원 돌파

소형인 전용 59㎡ 아파트 매매가격도 속속 10억원을 돌파했다. 수년 전만 해도 강북 아파트 전용 84㎡가 10억원을 넘길 수 있는지가 관심이었지만 이젠 59㎡도 10억원이 기본이다.

올해 거래된 전용 59㎡ 아파트 가운데는 19억원을 기록한 한남동 ‘한남더힐’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 84㎡ 최고가를 기록한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 59㎡에서도 18억7000만원으로 두 번째에 올랐다. 이 아파트는 최근 소형 면적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20억원을 넘겨 24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거래 신고가 완료되면 역대 처음으로 거래가격 3.3㎡당 1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전통 부촌인 이촌동에선 ‘한가람아파트’와 ‘강촌아파트’가 각각 10억8500만원과 10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북한강성원아파트’는 10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10억원 선을 넘겼다.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2단지’도 6월 10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에선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10억7000만원)’와 ‘래미안웰스트림(10억5000만원)’이 10억원 클럽에 입성했다. 압구정과 마주보는 옥수동에선 ‘e편한세상옥수하크힐스’의 소형 면적이 1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 단지는 모두 2016년 이후 입주한 신축 아파트라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강화로 사실상 신규 공급이 막혀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추가 공급이 꽉 막힌 상황에서 랜드마크급 새 아파트는 희소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강변이 아니라 강남 새 아파트 매매가격이 이미 3.3㎡당 7500만~800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한강변은 이른 시점에 본격적인 1억원대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