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 모두 CGV를 알걸요.”

응우옌호앙안 양(16)은 지난 24일 친구와 영화를 보러 CJ CGV 베트남의 호찌민 비보시티점에 왔다. 초대형 스크린인 아이맥스(IMAX)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그는 “요즘 10대들도 4DX나 IMAX 영화를 보고, 가족끼리도 많이 온다”고 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비보시티점에는 상영 중인 영화의 캐릭터와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특별관인 골드클래스 상영관과 로비는 한국보다 컸다. 고재수 CJ CGV 베트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영화 본 것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랑하는 베트남 트렌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CJ CGV 해외 법인 중 처음으로 한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CJ CGV 베트남의 모습이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CJ CGV에서 관객들이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CJ CGV 제공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CJ CGV에서 관객들이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CJ CGV 제공
◆매출 증가율 두 자릿수 ‘알짜 자회사’

CJ CGV 베트남은 베트남 영화사업자 1위로 올해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47.8%다. 2011년 베트남 현지 1위 멀티플렉스 ‘메가스타’를 인수하며 진출했고, 이를 3년간 유지하다 2014년 CGV로 브랜드를 바꿨다.

중국과 터키 등 주요 해외 법인이 부진한 상황에서 베트남 법인은 CJ CGV의 알짜 자회사로 평가받는다. 극장 수는 해외 법인 중 중국과 터키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2분기 CJ CGV가 영업이익 3억원으로 부진한 실적을 낸 가운데 베트남 법인(영업이익 52억원)은 선전했다. 매출 증가율도 지난해 17.60%, 2016년 22.03% 등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가 말하는 성공 요인은 특별관의 도입과 현지화다. CJ CGV는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4DX와 IMAX 등 기술 특별관을 갖추고 있다. 이들의 표 가격은 일반 상영관의 평균 2배로 수익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골드클래스 등 프리미엄 특별관도 반응이 좋다. 회사 측은 “특별관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던 베트남에 처음으로 들여온 것”이라며 “침대관인 ‘라무르’는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라무르의 좌석 점유율은 약 50%로 CGV 베트남 평균 좌석 점유율(20%)의 2.5배다.

매점의 현지화도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다. 비보시티점에서는 팝콘과 파인애플 음료를 함께 파는 ‘파인애플 콤보’와 피자 등 베트남인의 입맛에 맞춘 메뉴를 홍보하고 있었다. 고 CFO는 “팝콘 맛도 더 짜고 달게 하는 등 현지에 맞게 바꿨다”며 “하노이 지점들은 베트남 대표 음식인 ‘반미 샌드위치’도 팔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가 함께 방문한 현지 업체 갤럭시 등 경쟁사 극장에서는 현지화된 메뉴를 찾기 어려웠다.

◆연말께 한국 증시 상장 목표

CJ CGV 베트남은 올해 4분기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CJ CGV 베트남 홀딩스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냈다. CJ CGV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이다.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현지 실사를 했고 9월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상장 흥행 여부는 모회사인 CJ CGV에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중국과 터키 법인 등이 베트남에 이어 상장을 고려하고 있고, CJ CGV는 신규 수요 창출이 쉽지 않은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진출 국가를 늘리고 있다.

주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CJ CGV는 2분기 실적 부진과 터키 리라화 폭락의 여파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25일 종가는 5만2500원으로 5월(16일 종가 7만7300원) 대비 32.08%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법인의 상장이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베트남, 중국 등 해외 법인의 상장으로 CJ CGV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호찌민=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