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선수 라건아 합류 후 강력해진 한국 농구, 대표팀 전체에 파급효과
[아시안게임] 라건아 합류효과, 상상 이상… 기대되는 다음 경기
한국과 필리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의 주인공은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조던 클락슨이 아니었다.

한국의 귀화선수, 라건아(미국명 리카르도 라틀리프)였다.

라건아는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포츠 컴플렉스 농구장에서 열린 필리핀전에서 30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원맨쇼에 가까웠다.

그는 골 밑을 완전히 장악하며 공격과 수비를 도맡았다.

라건아의 파급력은 골 밑을 넘어 외곽까지 번졌다.

필리핀은 라건아를 막기 위해 지역 방어를 펼쳤다.

그러자 외곽 수비가 허술해졌고, 그 틈을 타 김선형과 허일영이 3점 슛을 터뜨리며 득점을 쌓았다.

힘이 좋은 이승현은 라건아의 골 밑 파트너가 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한국 대표팀은 라건아를 중심으로 끈끈한 조직력을 자랑하며 필리핀을 91-82로 물리쳤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라건아의 합류가 한국 대표팀에 엄청난 효과를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드 김선형은 "공격, 수비 등 모든 면에서 라건아의 파급력이 크다"라며 "오늘도 라건아에게 수비가 몰려 다른 선수들이 수월하게 경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승현은 "라건아 존재만으로도 선수들이 모두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2년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데뷔한 라건아는 지난해 1월 귀화 의사를 밝힌 뒤 곧바로 행정 절차에 들어갔다.

귀화 신청이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서 보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올해 1월 귀화를 허가받아 정식 한국 선수가 됐다.

그는 이름을 리카르도 라틀리프에서 라건아로 개명하고 허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합류했다.

라건아는 14일 아시안게임 첫 경기 인도네시아전에서 30분 동안 30점 19리바운드, 16일 몽골전에서 20분 동안 19점 14리바운드, 22일 태국전에서 20분 동안 21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꾸준히 활약을 이어갔다.

그리고 난적 필리핀전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라틀리프는 필리핀전을 마친 뒤 "오늘 승리는 우리가 필리핀보다 팀 워크가 좋았기 때문"이라며 "이승현이 경기 막판에 결정적인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등 활약했고, 다른 선수들도 힘을 합쳤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4강 전망에 관해 "준결승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큰 이란은 키 큰 선수들이 많다"라며 "제공권에선 밀릴 수 있겠지만 빠른 스피드로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라고 말했다.

라건아는 국내 훈련을 통해 한국 대표팀에 녹아들었지만, 아직 다른 선수들과 호흡이 완벽한 건 아니다.

김선형은 "라건아가 한국말을 못하다 보니 경기 중 종종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다"라며 "이런 점을 극복하면 더욱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4강전엔 이 부분을 더 신경 써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